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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민의힘은 매우 특이한 모습을 보인다.
자기 당 소속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의혹을 받고 있으면,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정상이다. 그런데 사죄는커녕, 국민의힘 주류인 친윤들은 한동훈 대표 체제를 와해시키는 데 주력했다. 12월 14일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 당시, 국민의힘 의원 중 85명이 탄핵소추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이런 일련의 행위는, 임야대출 국민의힘이 국민 여론과는 정반대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자신들은 ‘탄핵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지 모르지만, 국민은 ‘계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자신들 트라우마만 생각한다면, 이는 공당으로서, 그리고 파산면책후누락채권 정치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의 ‘계엄 트라우마’를 ‘탄핵 트라우마’보다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국민을 다독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런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국민은, ‘이상한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구분해서 바라볼 것이다.
윤 대통령을 ‘이상한 대통령’이라고 지칭한 이유가 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후 발표한 전세보증금담보대출조건 4차례 담화에서 한결같이 자기변명만 늘어놓고, 다른 내란 혐의 관련자의 증언과는 전혀 다른 말만 반복했다. 최소한 대통령이라면,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고 다른 이들은 명령에 따른 죄밖에 없다고 말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상황을 자의적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반복해 국민들에게 말하고 있으니 정말 당혹스럽다.
할부자동차담보12월 12일 담화에서 대통령은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 말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를 보면 ‘계엄의 밤’에 동원된 군 병력은 총 1500명에 달한다. 이 정도 병력이 ‘소규모’인가. 또 대통령은 자꾸 ‘경고성 계엄’이라고 하는 서울시창업자금 데, 다수 의원에 대한 체포, 구금 계획을 세웠다는 증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이런 대통령 덕분에 우리나라 군은 지금 쑥대밭이 됐다. 적지 않은 군인 역시 ‘계엄 트라우마’를 겪으며 자괴감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는데, 이를 나 몰라라 하고 자기 살길만을 찾고 있는 이상한 대통령을 국민의힘은 왜 아직도 감싸주는지 모르겠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체제를 와해시키고 비대위를 출범시키려고 하는데, 왜 한 대표를 몰아냈는지도 궁금하다. 한 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인 중 가장 빠르게, 계엄은 위법·위헌적이며, 군과 경찰은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말라고 했다. 이런 한동훈 대표를 쫓아냈으니, 이제 탄핵에 반대한 이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게 됐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총에서는, 누가 ‘가(可)’표를 던졌냐며 ‘배신자’ ‘양아치’ 등의 고성이 나왔다고 하는데, 다수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장면이다.
이런 납득 불가한 행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면, 다음과 같은 해석은 가능하다.
12월 13일 공개된 한국갤럽 자체 정례 여론조사(12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은 11%, 국민의힘 지지율은 24%, 민주당 지지율은 40%였다.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1%, 내란이 아니라고 응답한 비율은 23%였고, 대통령 탄핵 찬성은 75%, 반대는 21%였다.
해당 여론조사를 보다 세밀히 살펴보면, 지금 국민의힘 다수 의원이 왜 그런 이상행동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자신이 보수라고 응답한 이들 중 51%가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이 아니라고 답했으며, 50%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고 했다. 아마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런 수치를 보며 행동 방향을 결정했을 수 있다. 그런데 해당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보수라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 24%에 불과했다. 보수층 중 50%가 탄핵에 반대하고 내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전체 응답자의 12% 정도만이 내란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전체 응답자 10명 중 1명 정도만이 탄핵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탄핵에 반대하는 것은, 다음번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를 포기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특히 국민의힘을 아직까지 지지한다고 응답한 이들 중 절반은 국민의힘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총선은 3년 4개월 후에 있으니, 그때까지는 대부분 국민이 작금의 상황을 모두 잊고, 그러니까 적극 지지층만 잘 챙기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오산이다. 기억력은 오래가지 않을 수 있지만, 이미지의 유통기한은 거의 평생이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여론조사와 비교해 현재는 오히려 ‘용기 백배’ 할 수 있는 상황이라 생각한다면 이 또한 착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됐을 당시, 한국갤럽 여론조사(2016년 12월 둘째 주 자체 정례 여론조사, 12월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나타난 박근혜 당시 대통령 지지율은 5%에 불과했고, 새누리당 지지율은 13%에 그쳤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시보다 현재 선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착각일 수 있다. 지지율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당시에는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기에, 민주당 지지율도 급격히 오르기 힘들었고, 또 새누리당에 갈 수 있던 지지가 국민의당으로 분산됐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새누리당 지지율은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지금 국민의힘 의원들 행태는, 가치보다는 진영 논리에 충실한 ‘계산적 정치 행위’에 치중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은 ‘진영(陣營)적 보수’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만, 이들을 ‘가치적 보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정도(正道)를 가야 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국민의힘은 ‘진영에 충실한 보수’의 길을 걷기보다는, ‘가치에 입각한 보수’의 길을 걸어야 한다. 가치를 추구하면 대통령의 잘못된 행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지만, 진영 논리에 충실하면 제대로 보일 리 만무하다. 이때 국민의힘은 여론의 ‘섬’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가장 중요한 보수의 가치 중의 하나는 자유를 지키는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비상계엄’은 바로 그런 가치에 역행하는 일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0호 (2024.12.25~2024.12.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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