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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직 변호사가 인터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강성만 선임기자
‘참여연대’ 창립 멤버로 2003년부터 2년 이 단체 집행위원장을 지낸 차병직(66) 변호사는 그간 ‘존엄성 수업’, ‘사람은 왜 서로 싸울까’ 등 스무 권 넘는 책을 썼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와 윈스턴 처칠이 쓴 ‘2차 세계대전’(전 2권) 등 번역서도 냈다. 지난해 말 자신이 공동 설립한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에서 손을 떼고 지금은 법률신문 편집인 역할에만 전념하고 있는 그의 저서 목록에는 헌법 관련 책도 두 권 있다. 윤재왕 교수, 윤지영 변호사와 함 노던록 께 쓴 ‘안녕 헌법’(2009)의 증보 개정판 ‘지금 다시, 헌법’(2016)은 박근혜 탄핵 정국과 맞물려 5만권이나 팔렸다. 또 한 권은 3년 전 펴낸 ‘헌법의 탄생-피와 저항으로 쓰인 헌법의 세계사’(바다출판사)이다. 윤석열 내란 사태를 계기로 최근 개정판이 나온 이 책은 영국과 미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한국, 일본, 중국, 이슬람, 라틴아메리카 위례신도시 등 세계 각 나라의 헌법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현미경처럼 꼼꼼하게 살핀 저술이다. 근대 이후 세계 시민이 헌법을 쟁취하기까지 피와 저항은 물론 타협과 인내도 요구되는 정치적 험로를 어떻게 돌파했는지 흥미로우면서도 일목요연하게 밝혔다.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난 차 변호사는 ‘헌법의 탄생’ 집필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지금 다시, 헌법’이 sbi3저축은행 많이 팔리면서 강연을 많이 했어요. 책 내용을 그대로 할 수 없어 나라마다 근대 헌법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야기하다 보니 저도 점점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따로 책까지 썼죠.”
‘헌법의 탄생’ 표지.
“헌법 공부에는 정부지원대출 헌법 조문보다 헌법이 탄생한 정치사적 배경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헌법은 국가기관 권한의 배분과 운용을 담고 있어 조문만 봐도 이해가 어렵지 않거든요.” 자신은 결코 헌법 전문가가 아니라고 극구 강조한 차 변호사가 먼저 꺼낸 말이다. 그는 이어 근대 헌법의 두드러진 특징이라는 ‘국민주권주의와 삼권분립, 대의제’를 설명했다. “근대 들어 주권혁 사업자신용대출 명으로 국민주권주의가 확립되었어요. 전에는 주권이 신이나 왕에게 있었죠. 주권혁명으로 국가의 존립 목적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이 됩니다. 헌법은 이를 위한 일종의 강령입니다. 여기에 더해 권한을 나누는 ‘삼권분립’과 의사를 결정하고 입법하는 과정의 ‘대의제’가 또 다른 주요한 특징이죠. 때문에 헌법을 지켜야 할 사람들은 국가 권력자이고 국민에게는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주어집니다.” 그는 책에서, 앞서 민주주의가 정착한 영국과 미국 등의 헌법도 결함투성이라면서 “좋은 헌법 만들기보다 훌륭한 헌법적 관행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영국에 독립된 재판 기구인 대법원이 생긴 게 불과 16년 전이란다. 그 전에는 상원이 위원회를 구성해 대법원 재판을 했단다. 의회가 사법 권력까지 행사한 것이다. 미국의 선거인단 방식의 대통령 선출도 이 나라 헌법의 아버지들이 국민이 앞으로 직접 정치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않은 결과란다. 이 헌법 조항은 지금도 그대로다. 그는 “헌법 때문에 국가적 위기나 정치적 안정이 오거나 유지되는 게 아니라, 헌법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위기를 맞기도 안정을 찾기도 한다”고도 했다. 단적인 예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다. “계엄 선포가 헌법상 권한을 적절히 행사한 것인지 물어야겠죠. 압도적 다수 야당인 민주당이 29명의 국가 공무원을 탄핵 소추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올바른 헌법 권한 행사였는지 역시 물어야겠죠.” 각국 헌법의 정치사적 배경 살펴 영국·미국 등 헌법도 결함투성이 좋은 헌법보다 훌륭한 관행이 중요 “호주 총독, 거부권 행사한 적 없어”깨어 있는 시민의 ‘헌법 열공’ 강조 “헌법 지켜야 하는 국가권력 기구 제대로 감시하려면 헌법 알아야죠” 그는 훌륭한 헌법적 관행은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다면서 “추상적으로 표현하면 정치적인 인내심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고도 했다. “헌법에 나오는 국가권력 기구의 권한은 사실 다 특권입니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권도 그렇고요. 그런데 영국에는 ‘특권을 행사하지 않을 상황을 유지함으로써 특권이 유지된다’는 관념이 있더군요. 그러니까 국회의원이 불체포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아예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음으로써 그런 특권이 발동되지 않도록 해야 그 특권이 유지될 수 있다는 거죠. 예컨대, 우리 헌법은 국회와 협의할 수도 없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준 건데 이를 자꾸 어기면 이 조항은 법률처럼 격하될 수밖에 없어요.” 이어 오스트레일리아 사례도 들었다. “오스트레일리아 헌법은 지금도 영국 왕을 국가 원수로 규정하고 심지어 영국 왕이 임명하는 총독에게 법률 승인이라는 특권을 주고 있어요. 하지만 여태까지 총독은 단 한 차례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어요.”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민주주의 위기를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의 생각을 물었다. “윤 대통령 탄핵은 박근혜 때보다 너무나 간단하게 끝날 것 같았는데 시간이 흐르며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어요. 박근혜 탄핵의 후유증 아닌가 싶어요. 당시 임기가 남은 선출직 대통령을 중도에 파면한 결과, 정권이 바뀌는 일종의 혁명이 있었잖아요. 헌법 절차에 따른 것이지만 혁명에 준하는 정권 교체 때문에 후유증이 조금씩 생겨난 것 아닌가 싶어요. 헌법상의 권한 행사를 할 요건이 명백한 것 같아도, 앞서 말한 특별한 권한 행사가 자주 일어나면 그 자체가 헌법 질서의 안정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흔드는 불안정 요인이 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역설이죠.” 답이 뭐냐고 하자 그는 ‘헌법의 탄생’ 프랑스 편 마지막 문장을 들려줬다. ‘오늘날 프랑스 정부의 강력함과 안정성은 헌법보다는 단결력과 규율이 있는 의회 다수파의 존재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때 프랑스 정치를 설명했던 표현 중 하나입니다. 우리에게 의회 다수파는 민주당입니다. 대통령이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국회 다수당이 국가를 제대로 정상화하기 위해 절제된 힘의 행사를 해야 합니다.” 왜 힘의 절제일까? “다수당은 다수 자체로 힘이 있으니까요. 민주당은 지금 절대적 다수입니다.” 요즘 개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하자 그는 개헌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이렇게 받았다. “현 개헌 논의가 기본권이나 헌법 전문에 어떤 정신을 넣자 이런 게 아니잖아요. 헌법 때문에 정치적 혼란이나 국가적 위기 상황이 온 것도 아니고요. 정치권에서 개헌을 말하면서 대통령 중심제 탓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의원내각제는 우리도 경험했어요. 그때도 지금과 똑같은 문제가 있었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국민의 헌법 열공’이 필요한지 물었다.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가진, 말하자면 깨어 있는 시민이 되려면 헌법의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게 유리하겠죠. 헌법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은 국가권력 기구 담당자인데, 이들을 감시하려면 헌법을 알아야죠. 이는 1994년 설립 이후 권력 감시운동에 힘을 쏟은 참여연대의 창립 정신이기도 합니다.” 그는 2014년 참여연대 20년을 맞아 이 단체의 활약상을 정리한 ‘사건으로 보는 시민운동사’를 펴내기도 했다. 참여연대 시절 가장 큰 보람이 뭔지 묻자 이렇게 받았다. “개인적으로 지금 와서 보면 허망하기 짝이 없는 면들이 많아요. 당시 우리가 내건 구호가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꾼다 였어요. 실제 제도도 많이 바꿨습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이 그때와 견줘 정말 살기 좋아졌는지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단 말이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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