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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솔(35) 연화농원 대표는 2년 전 4월 27일을 기억한다. 평창 미탄면 육백마지기 아래 그의 다래밭이 ‘전멸한’ 날이다. 햇빛이 잘 드는 곳이라 냉해에 끄떡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골짜기에는 찬 바람이 고였다. 하필 손을 다쳐 방제 작업을 놓친 해였다. 냉해는 은솔 씨 다래밭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과수 농가에 직격타였다. 올해로 다래 농사 10년차인 은솔 씨는 “겨우 열 번 농사를 지어본 셈”이라고 말하는 농부다. “무작위로 주어지는 조건 속에서 농사는 매년 다르다”고 말하는 그는 “여전히 공부 중”이다. 김은솔 연화농원 대표를 지난달 27일 그가 꾸린 다래청 가공 공장 앞에서 만났다. 2년 전 냉해로 꽃을 피우지 못했던 다 개인회생 개시결정 기간 래밭은 올해도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 김은솔 평창 연화농원 대표
■농사 안 짓겠다 개인파산상담실 했지만… 은솔 씨는 평창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을 갈 땐 뒤도 안 돌아볼 마음으로 평창을 떠났다. 농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농사의 ‘농’자도 듣기 싫었다”며 “집에서 배추며 고추를 심는 것이 너무 싫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26살 평창으로 돌아왔다. 교통사고를 당한 어머니가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머니 손에 자라던 명이나물이 은솔 씨 눈에 우리파이낸셜 매각 밟혔다. 그는 “엄마가 명이나물을 귀하게 키워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은솔 씨의 어머니 김정숙 씨는 오랫동안 명이나물(산마늘) 농사를 지었다. 김 씨는 나물 밭에 약을 치지 않았고, 잡풀도 그대로 살렸다. 밭에는 뱀같은 지렁이가 기어다녔다. 은솔 씨는 “엄마가 기른 명이에는 마늘 향이 강하게 난다는 평이 있었다”며 “자연환경을 돌보며 땅이 숨 캐피탈대출이자 쉬는 농업을 하는 게 엄마였다”고 설명했다. 마침 회사라는 조직생활도 맞지 않다고 느끼던 때였다. 그는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하니 마음이 편했다”며 “돌아갈 곳에 엄마, 아빠가 있어 든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담보대출영업 ▲ 다래셔스 다래잼
■칡잎에 싸여있던 산열매 ‘다래’ 돌아온 고향에서 은솔 씨는 명이나물과 함께 다래 재배를 선택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다래 보급종을 육성하던 시기였다. 다래를 결정한 건 자연스런 선택이었다. 그는 “어렸을 적 아버지가 산에 다녀온 날이면 손에 들려있던 게 다래였다”고 회상했다. 은솔 씨 아버지는 칡잎을 접시처럼 만들어 그 안에 다래며 산딸기, 토종 자두같은 산열매를 자주 따왔다. 김 씨는 “다래 맛이 새콤달콤했다”며 “산에서 자라는 토종 열매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고 자랐다”고 했다. 농사를 시작하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다래를 모른다는 게 보였다. 토종 다래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달래 농사를 짓느냐’, ‘토종 닭을 키우느냐’고 되물었다. 은솔 씨는 “잘 키워도 문제였다. 누가 다래를 알고 사줄까 걱정이 컸다”고 회상했다. 다래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자생한 식물이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고려시대 지어진 청산별곡에도 다래가 등장한다. 하지만 여러 과일의 품종 개량이 이뤄지고, 외국산 과일이 들어오며 잊혀졌다. 강원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다래 재배 면적 101㏊ 가운데 절반 이상인 56㏊가 강원도에 있다. 재배 농가는 원주가 가장 많고, 평창은 10여농가가 조금 넘는다. 은솔 씨는 다래를 알리기 위해 수제청, 잼, 주스 등 가공식품도 만들고 있다. 다래의 수확시기는 9~10월 두 달이다. 그는 “열두 달 내내 다래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가공식품 판매였다”며 “다래의 초록빛을 살리려고 연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평창군4H연합회 등 청년 농업인 활동도 홍보 방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
▲ 포장한 다래
■다래랑 살어리랏다 그는 올해로 10년차 농부다. 하루하루가 쌓여 한 해 농사가 되고, 한 해 농사가 쌓여 10년이 됐다. 지난 10년을 은솔 씨는 “매년 달랐다”고 회상했다. 그에게 농사는 매번 다른 조건 속에서 “버티는” 일이다. 그는 “오늘 비가 왔다고 해서 내년 같은 날 비가 오는 게 아니다”라며 “해충이 오는 시기도 다르고, 땅이 가무는 시기도 다르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쌓아온 영농일지에는 이것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스스로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은솔 씨는 “계속해서 공부 중”이다. 특히 올해는 친환경 농법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병해’라는 변수가 관건이 될 확률이 크다. 냉해, 가뭄 등 여러 변수가 찾아왔지만 ‘손가락 절단’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2년 전 봄, 전동가위를 쓰다 엄지손가락이 잘렸다. 그는 “병원으로 가는 구급차 안에서 세상이 떠나가라 울었다”고 회상했다. “농사를 괜히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라고 말하는 은솔 씨의 눈이 벌게졌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명이는 쑥쑥 자랐고, 퇴원 뒤에 그는 나물 밭으로 출근했다. 우리집 명이를 최고로 아는 손님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명이를 수확하고 세척하면서도 다행히 손가락은 잘 회복됐다. 그는 수많은 변수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작물을 보며 농사를 계속하는 이유를 찾는다. 은솔 씨는 “다래와 명이 모두 다년생 식물이라 ‘나와 같이 간다’는 생각이 든다”며 “저랑 같이 살아주는 것을 보면 그 자체로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 다래청
■‘다래 복합공간’ 만드는 게 꿈 은솔 씨에게는 향후 10년의 목표가 있다. 다래 밭 옆에 다래로 만든 각종 식품을 선보이는 곳과 손님들이 이를 즐길 수 공간을 한 데 만드는 것이다. 6년 전 해외연수 당시 방문했던 네덜란드의 라즈베리 농장이 모델이 됐다. 그는 “그 공간을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하더라”며 “내 속도대로 부단히 움직이면 다래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복합공간을 만들고 싶은 이유를 묻자 “다래를 알리고 싶어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은솔 씨는 “창덕궁에 수 백년된 다래 나무가 있다. 우리와 너무나 가까이에서 자라온 과일”이라며 “맛있고 건강에도 좋은 우리 과일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동시에 그는 ‘힘을 주는 선배’, ‘멋있는 어른’이 되는 것을 꿈꾼다. 닮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은솔 씨는 지역에서 함께 농사를 짓는 선배 농민들을 떠올렸다. 그 중 한 명이 전영록 전 평창군농어업회의소 회장이다. 그는 “농업인들을 위해 힘을 실어주는 참어른이 계시더라”라며 “나중에 내 뒤를 이어오는 후배를 위해 내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와 같은 어른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분”이라고 했다. 이설화
▲ 다래주스/ 김은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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