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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동맹 휴학' 승인은 없다. 의대생들은 3월까지 복귀하라."(교육부 브리핑)
"24학번 이상 의대생의 96.6%가 휴학 의사를 밝혔다."(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설문조사 결과)
다시 평행선이다. 사상 초유의 전공의·의대생 이탈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거의 없다. 정부는 '언젠가 돌아오겠지'라는 기대에 '복귀 데드라인' 압박만 반복하고 있다. 의·정 갈등 장기화에 대비해 마련해 놨다는 대통령실의 '플랜B'도 신기루라는 평가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전공의들이 지난해 2월 병원을 떠난 뒤 '7대 요구안'(사진 참조) 메아리만 울렸다. 복귀한 전공의는 추가모집에도 2.2%에 불과했고, 교 파산선고통지서 수마저 줄줄이 떠났다. 결국 본질적인 '필수·지역 의료' 위기는 논의도 못 하고 상황이 악화했다. 국민 피로감도 극에 달했다.
변수도 생겼다. 의·정 '스피커'가 바뀌었다.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의료 개혁 최고책임자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지 결판이 난다. 그때까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 농협바꿔드림론 행이 어떻게든 '키'를 잡아야 한다는 요구도 커졌다. 의료계도 선발대를 재정비했다. 정부의 핵심 카운터파트로 소환되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김택우 의협회장과 '전공의-교수-의대생' 라인업의 새 지도부를 꾸리고 그간의 의료계 분열을 가라앉혔다.
시사저널은 '평행선'과 '초격변' 사이 어딘가에 닻 이자부담 을 내려야 하는 의·정 갈등의 현시점에서 박단 위원장을 만났다. 박 위원장은 개강일인 3월4일 의협 회관에서 2시간 반가량 대화를 나누며 지난 1년을 복기했다. 그는 "필수·지역 의료 위기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이걸 2000명이 발표되기 전부터 주장해 왔고 대통령께도 직접 설명했다"며 "하지만 행정부 권한이 막강함을 깨달았고, 대통 아파트 매매 법무사 수수료 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관료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의료 개혁은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정부가 강행한 건 '증원'이었고, 의료계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으로 출발점을 좁혀가는 모습이다. 그 접점을 찾기 위해 박 위원장의 인터뷰를 토대로 쟁점별 정부와의 첫주택구입 입장차를 재구성해 봤다.
ⓒ시사저널 최준필
"의료비용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우선돼야"
① '의사가 부족하니 수를 늘리자'라는 대전제: 정부는 필수·지역 의료에 의사가 부족하니 제1 과제로 '의사 수 확충'을 제시했다. 그 근거로 의사 인력 추계에 대한 3개의 보고서(한국개발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를 참고했다. 각 보고서를 종합하면 현행 의료 시스템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2035년 의사가 1만 명 안팎으로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세 보고서 연구자들 모두 '2000명'을 제안한 적은 없다.
Q.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전제도 부정하나.
저도 세 보고서를 다 읽어봤다. 의료인력 추계에서 중요한 건 '의사를 일단 늘리고, 이런 정책부터 보충하자'가 아니라 '이런 정책과 국민적 논의가 전제됐을 때 의사가 여전히 부족한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그렇게 봤을 때 의사의 '총 공급량'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Q. '국민적 논의'라면 어떤 걸 의미하나.
국민연금처럼 의료비용도 공청회나 토론회 등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의사 숫자'를 논하기 전에 의료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 소비자의 의료이용 행태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 예를 들어 응급실에 온 '경증환자'가 의사를 기다리는 시간을 감수할 건지, 혹은 돈(건강보험료)을 더 들여 의사를 늘리고 기다림은 단축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 의사를 더 뽑았지만 응급환자(의료 소비자) 수가 똑같을 경우 '잉여 인력'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도 감당할 수 있을지 등을 먼저 논의해 봐야 의사가 얼마만큼 필요한지 결정할 수 있지 않겠나.
Q. 지방에 의사는 턱없이 부족하지 않나.
지방에 의사가 왜 부족한지부터 들여다보자. 이 문제가 불거진 게 필수·지방 의료이니만큼 제가 그 당사자였다. 전 처음에 경북대 흉부외과에 남고 싶었다. 근데 훨씬 더 필수의료인 지방을 떠나 결국 서울에 있는 응급의학과에 왔다. 사람 살리는 일을 하고 싶어서 갔는데 점점 '현실 리스크'가 보였기 때문이다. 저처럼 이른바 '기피과'를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젊은 의사들은 생각보다 많지만, 환경적 요인으로 끝까지 버티는 게 어렵다.
Q. 정부가 해결해야 할 '현실 리스크'가 뭔가.
'일자리 부족' '소송 리스크' '터무니없이 낮은 수가' 이렇게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저는 소아심장을 하고 싶었지만, 전국적으로 소아심장 수술에 대한 수요가 적었다. 그나마 경북대 병원급 정도는 돼야 수술을 하는데, 거기도 지난 수십 년간 (흉부외과) 교수를 몇 명 안 뽑았다. 힘들게 전공의 생활을 버티고, 전문의를 딴들 몇 년을 기다려도 (병원이) 날 뽑을지 안 뽑을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너무 컸다. 여기에 소송 리스크까지 어느 하나 안정감이 없었다.
Q. 필수과에서 미용과로 옮기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산부인과에서 미용과로, 소아과에서 일반진료로 넘어간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제자리를 지킬 수 있게 정부가 앞선 세 리스크를 조금씩 해결해 주면 남겠다는 의사는 분명히 있다. 의료 개혁도 그 부분부터 해결하자는 게 제가 1년 반(의대 증원 정책 발표 전 포함) 동안 정부에 요구한 내용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집무실에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전공의 착취하는 독소조항 빼고 진정성 보여줘야"
② 정부와 의료계 합의점 여부: 정부의 '의료 개혁 4대 과제'(필수의료 패키지)와 전공의 '7대 요구안'을 비교해 보면 일부 접점이 보인다는 관측도 있다. 가령 정부의 패키지에 담긴 △형사처벌 부담 완화(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지역 수가 도입 △필수의료 수가 집중 인상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전문의 중심 병원 구축 등은 전공의가 촉구하고 있는 내용과 방향성은 같다는 지적이다.
Q. 정부와의 합의점도 있지 않나.
정책을 실행하겠다는 '진정성'이 안 보이는데 합의점이라 할 수 있겠나. 큰 틀에서는 정부가 많은 걸 제시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전공의를 더 쥐어짜는 '독소조항'이 꽤 있다. 가령 인턴 1년을 2년으로 바꾸고, 인턴 2년 과정을 거쳐야만 개원 면허를 주겠다는 방침 등은 정당한 보상도 없이 수련 과정만 늘린다는 얘기다.
Q. '독소조항' 없이 전공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변화는.
'착취' 수준인 전공의 노동시간을 줄여 나가야 한다. 전공의특별법에 따르면 전공의 근로시간은 '주 최대 80시간, 연속근무 36시간'으로 규정돼 있지만, 사실상 현장에선 80시간은 '최대'가 아닌 '디폴트(기본) 값'이다. 따라서 전공의특별법도 근로기준법에 있는 '주 40시간에 추가로 근무할 수 있다'는 관점에 따라 개정해야 하고,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 대한 벌칙조항도 강화해야 한다.
Q. 정부의 '수가 정책'도 진정성이 없다고 보나.
수가 정상화를 위해 5년간 10조원을 투입한다고 하는데 아직도 구체적 방안이 없다. 게다가 의료 개혁의 핵심도 빠져 있다. 국민께 건보료 인상이나 원가 보전율 등 '돈'에 대한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정부가 정말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고 싶고, 이국종 교수님 같은 명예로운 의사를 더 육성하고 싶다면 기피과 '톱(top)' 의사들이 그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부터 시작하라. 그 후 국가가 그에 맞게 투자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Q. 정부 측 인사 중 '전문적이다' '의견을 수용한다'고 느낀 사람이 있다면.
사실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 기준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해 주시는 분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생각나는 분은 이관섭 전 대통령실비서실장이다. 작년 4월4일 제가 윤 대통령을 만나기 3일 전에 이 실장과 따로 만나 2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는데 '논의할 여지가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선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 제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가시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때가 인상 깊었다.
Q. 돌아오지 않는 의사들을 향해 '밥그릇' 챙기기라는 따가운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제가 바라는 건 '이국종 교수님 같은 분들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조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어느 직업군이나 먹고사는 문제랑 직결돼 있고, 그 분야의 전문가는 그만큼의 보상을 받길 바라는 마음이 있지 않나. 그런 것처럼 의료계도 이국종 교수처럼 희생적이고 존경받는?의료인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는 구조가 갖춰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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