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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내가 머물고 있는 미국 동부에는 한파가 몰아쳤다. ‘북쪽’(North) 이라는 이름과 무색하게 사실 미국의 동남부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이 중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최근 몇 년간 눈을 보기가 어려운 곳이었다. 그래서 연수를 떠나오기 직전 해 한국에서 눈이 오면 온가족이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강아지처럼 신나게 뛰어나가 눈을 맞고 눈사람을 만들고 썰매를 탔다. 마음 한켠으로는 ‘내년 겨울에는 눈을 볼 수 없겠지’ 하는 아련함을 가지고서 말이다.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따뜻한 겨울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이게 웬걸, 기상이변으로 이번 겨울은 유독 춥고 자영업자정부대출 길었다. 겨울이 오자마자 눈이 내렸다. 물론 올겨울 한국에 내린 폭설에 비하면 너무나도 귀여운 수준이지만 이 곳 사람들에게는 나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이 날 외에도 눈은 서너번 더 내렸다. 나는 졸지에 우리집 어린이들에게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엄마, 미국에 가면 눈 안온다며.” 한국 집에 두고온 겨울놀이의 필수품 스키장갑과 솜바지, 겨울 부츠가 아쉽 농협1000만원대출 지만 그래도 어린이들이 있는 집이다 보니 눈은 분명 반가운 손님이었다.
그러나 이리도 귀한 손님이 4년만에 찾아온다는 소식이 이곳에서는 전혀 반가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눈이 예보된 며칠 전부터 온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그도 그럴것이 눈이 잘 내리지 않는 지역이다 보니 제설 장비가 충분하지 않고, 스노우타이어, 스노우체인 등을 비롯해 거주 취득세 면제 자들도 방한 대비가 충분히 되어있지 않았다. 4년 전에는 2in(약 5cm) 정도의 눈이 왔을 때 도로에 차를 버리고 가는 이들이 속출해 그날의 교통이 완전히 마비되었다고 한다. 그 때의 악몽을 기억하는 이들은 눈이 내리기 며칠 전부터 대형마트에서 생수와 휴지, 계란, 우유 등 생필품을 사재기했다. 특히 생수와 휴지 코너는 물건이 채워지자마자 동이 나버려 자동차대출금리 항상 텅텅 비었다. “아니 눈 한번 온다고 이럴 일이야?”라고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이들의 다소 지나친듯한 ‘혹한기 대비’를 나는 한발짝 떨어져서 구경했다. 며칠 내리는 눈도 아니고, 하루 오고 말텐데 전쟁이라도 난 듯이 행동할 필요는 없다는 게 솔직한 나의 생각이었다.
내가 너무 안일했다는 것을 깨달은 건 눈이 내리기 전날이 되어서였다. 브로커뜻 아이들의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전화, 이메일, 학교 알림장, 교육청 공지사항 등 무려 네 가지의 연락방법을 동원해 전달한 소식은 “내일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어, 학교 문을 닫는다”는 것이었다. 학교 문을 닫는다니, 우리는 눈이 오면 학교에 장갑을 가져가서 모두 함께 눈 놀이를 하지 않나. 하루만 닫을 줄 알았던 학교는 그 다음날도 문을 닫았다. 그 다음날도... 눈은 더이상 오지 않았지만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도서관도, 동네의 스포츠센터도 다 운영이 중단되었다.
이웃 학교에 다니는 한국인 가족은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한국에서 온 친구들은 눈을 기대하겠지만 여기에서는 눈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룬다” 는 메일을 받았다. 한국과 달리 인구밀도가 낮은 미국에서는 대부분 학생들이 차로 통학을 한다. 스쿨버스를 타거나 카풀을 통해 등교를 하고, 교사와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가용이 발’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눈이 내리고 기온이 떨어지면 도로가 꽁꽁 얼어 자가용, 즉 발이 묶여버린다. 큰 도로는 대부분 제설 작업이 금세 이뤄지지만 마을 초입까지 나가는 길이 얼어버리면 속수무책이다. 언덕에 집이 있는 경우는 더더욱 위험하다. 학교 뿐 아니라 식료품점이나 대형 마트도 모두 차로 이동해야해 도로가 완전히 녹을 때 까지 냉장고 파먹기를 하면서 버텨야 한다.
미국이 안전문제를 대비하는 태도는 꽤 인상깊었다. 눈이 그친 후에도 휴교가 길어지자 ‘이정도는 지나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라며 미리 준비하고 ‘모두가 안전할 때까지’ 라는 이유로 상황히 완전히 해소될 때 까지 기다리는 모습은 한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부분인 것 같다. 겨울 내 수차례 눈이오고, 그때마다 장기 휴교가 이어지며 수업일수가 부족해진 아이들은 봄부터 토요일에도 보충수업을 하러 학교에 나가야 하지만 말이다.
한 번 경험해 본 덕분에 두 번째 눈 예보 소식이 들려오자 나는 남편과 마트로 향했다. 일주일간 집콕을 할 것을 대비해 이번에는 생수와 음식들을 단단히 준비했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아이들은 동네 아이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눈사람을 만화영화에서나 봤던 동네 친구들은 처음 맞이한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어보려다 번번히 실패했다. 금세 눈 두덩이로 눈사람을 만들어 집 앞에 세워둔 우리 아이들이 신기했는지 “눈사람 만드는 것 좀 도와줘”라고 말을 걸어왔다. 동글 동글 작은 눈덩이를 만들고, 눈을 바닥에 굴려가며 눈덩이를 키워야 한다는 가르침을 전수받은 아이들은 “이제야 알았다!”고 소리치며 즐거워했다. 하얀 눈 속으로 뒤덮인 동네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난생 처음 눈사람을 만든 동네의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눈이 오면 학교를 쉬며 실컷 놀았던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번 겨울은 참 특별한 순간으로 남았다. 눈 소식 하나에 집에서 모두가 칩거해야만 했던 이 순간들은 이방인인 우리에게도 추억이 됐다. 유독 추웠던 미국의 겨울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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