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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운전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15살 큰 딸 마리아는 아직 운전면허를 딸 수 없지만 ‘그날’이 오면 운전은 필수기 때문이다. 1998년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국경을 넘은 엄마는 미국에서 결혼해 마리아와 동생을 낳았다. 텍사스 국경 지역인 리오그란데 밸리 지역에는 마리아처럼 ‘혼합 신분 가족’(불법 체류자 부모와 시민권자 자녀)에 속한 어린이가 7만5000명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다시 당선된 이후 마리아는 같은 생각을 반복 중이다. ‘졸업, 결혼 같은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을 담보대출업체 까.’ ‘그날’이 오면 엄마를 잃은 채 합법 신분을 가진 친척과 살아야 할지 모른다. 마리아는 ‘이민법을 공부해 엄마를 다시 데려오겠다’는 자신의 꿈이 필요없어 지는 것이 진짜 꿈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불법이민자 추방’은 트럼프 당선자의 1호 공약이다. 첫 임기 때 150만명을 추방했다. 2기 임기 동안 추방하겠다는 숫자는 1170 대학졸업후 취업 만명에 달할 거로 추정된다. 역대 최고치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두번째 임기 때의 500만명을 2배 이상 넘는다. 재정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400만명 가량을 현실적인 최대치로 본다. 1090만명의 불법 체류자, 470만 혼합 신분 가족, 그 안에 속한 550만명의 어린이들이 직접 영향권에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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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날 국가비상사태와 행정명령 예고
“첫 90일은 지옥과 같을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민세관단속국(ICE) 비서실장을 지낸 제이슨 하우저는 최근 라디오 프로그램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에 나와 ‘지옥’을 이렇게 묘사했다. “(체포된 이민자를 태운)버스가 오가는 모습을, 학교 펀드 원금 에 더 이상 아이들이 없는 모습을, 노동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문을 열지 못하는 사업장을, 급습 당하는 직장을 보게 될 거다.”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대규모 행정명령 발동은 확정돼있다. 최근 엔비시 보도를 보면, 취임 첫날 추방 관련 최대 5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거라고 알려졌다. 첫 임기 첫주 동안 서명한 전체 행정명령이 5건이다.
학자금대출 중도상환발령되는 행정명령들은 입국을 억제하고, 불법이민자 추방을 쉽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거로 보인다. ①‘멕시코에 머무르기’(Remain in Mexico) 정책 재도입(망명 절차 완료 때까지 신청자를 미국 아닌 멕시코에 대기시키는 정책. 트럼프 1기 때 도입됐다가 2022년 종료) ②망명 절차 강화 ③인도적 사면 프로그램 폐기(위험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일시적인 미국 체류를 허용) ④이민세관단속국 집행 우선순위제 폐지(중범죄 연루자 우선 단속원칙을 없애면 모든 불법 체류자가 동등하게 단속 대상이 됨. 비폭력적이거나 장기간 미국 사회에 뿌리내린 이민자들까지 무차별적으로 추방될 가능성) ⑤이민자 구금 의무화(비폭력 불법이민자들은 구금 대신 추후 출석보장 등을 조건으로 임시석방해왔는데 이를 중단). 이외에도 전쟁·자연재해 등을 당한 특정 국가 출신자에게 일시 체류를 허용하는 임시 보호 신분(Temporary Protected Status, TPS) 제도의 쿼터를 줄이고, 기한 만료시 1순위로 추방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때 트럼프 당선자가 “개,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공격했던 아이티 이민자들이 대표적인 임시 보호 신분 체류자들이다.
국가비상상태는 이 모든 걸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국가비상사태시 행정부는 예산, 인력, 장비 등을 국경 관리나 이민 단속에 집중 투입할 수 있다. 비상사태를 명분삼아 군을 국경지대에 배치하거나 추방 관련 인프라 구축에 예산을 우선 투입할 거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자쿠마 핫 스프링스 인근에 설치된 미국-멕시코 간 국경 펜스. 자쿠마 핫 스프링스/AFP 연합뉴스
‘범죄자부터 추방’한다지만 합법체류자도 추방 위험
추방대상 1순위는 추방 명령을 받았지만 아직 미국에 있는 140만명이다. 다만 이들 중 약 절반가량은 본국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과의 협력 또는 송환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본국 송환이 쉽지 않다.
140만명 외에도 ‘추적-검거-구금-추방’으로 이어질 최우선 후보군은 ‘범죄자’다. 트럼프의 ‘국경 차르’로 지명된 톰 호만은 지난달 11일 폭스 뉴스에 나와 수천 명의 불법 체류 갱단 조직원들을 추적해서 추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검거할 수 있는지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잠재적 추방 대상자는 모든 ‘불법이민자’다. 불법이민자엔 국경을 무단 월경한 이부터, 합법 체류기간이 도과한 이, 부실 서류로 시민권을 획득한 이들까지 모두 포함된다.
합법 체류자들도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리오그란데 밸리 지역에 사는 주민 로라(35)는 어릴 때 어머니와 함께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에 왔다.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았다. 로라는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입국한 젊은 이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오바마 시대의 어린이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의 혜택을 받았다. 일명 ‘드리머’라 불리는 이들이다. 일정 기간 추방을 유예받고 합법적으로 노동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로라의 다카는 두달 뒤 만료된다. 로라는 뉴욕타임스에 “아이를 두고 절대 갈 수 없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1기때 이 프로그램을 종료하려 했다. 현재 연방법원 2심은 ‘의회 승인없이 행정명령으로 다카를 실행한 것은 위헌’이라는 1심 판단을 심리 중이다.
로라, 마리아 같은 혼합 신분 가족도 타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국경 차르'(border czar)에 지명된 톰 호먼은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불법 이민자가 있는 가족을 구금시설에 함께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땐 ‘무관용 원칙’에 따라 불법 이민자를 모두 형사기소했고, 이 때문에 부모가 교도소 등 아이가 함께 머물 수 없는 곳에 수용되면서 대규모 ‘가족분리’ 문제가 발생했다. 가족분리를 유발하는 형사처벌보다 행정절차에 집중해 대규모 추방을 달성하겠다는 취지다. 미성년자의 최대 구금 기간은 20일이다. 통상 추방절차는 20일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이런 어려움을 고려해 ‘자녀 없는’ 성인 추방을 우선시해 왔다. 온가족 동시 구금 방침은 ‘가족 추방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미국 출생 자녀가 있는 가족도 적극적으로 추방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권자인 아이만 남길지, 함께 추방될지는 부모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2023년 12월18일 베네수엘라 출신의 한 이민자가 멕시코에서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텍사스주 이글 패스에 도착한 뒤 텍사스 주 방위군 병사를 바라보고 있다. 이글 패스/AFP 연합뉴스
이민 국가 미국, 밑바닥부터 흔든다
사회적, 경제적 파장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대규모 추방은 470만 혼합 신분 가족을 파괴할 위험이 있다. 미국 이주연구센터에 따르면 가족 중 일부가 추방될 경우 혼합신분가족의 중위소득은 7만5500달러에서 3만9000달러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 약 1000만명의 미국 시민권자를 경제적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대규모 추방이 발생할 경우 혼합신분가족에 속한 550만 아이들의 양육비도 최소 1165억 달러 추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이주연구센터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의 절반 이상은 미국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10년 이상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며 “이들의 추방은 오랜 기간 유지된 지역사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지난 12월 3일 ‘제2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거시경제’라는 보고서를 내고 “대규모 추방이 2025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최대 0.4%p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른 경제 손실은 300억~11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이민자가 현재 수준 또는 그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는 ‘고이민(High immigration)’ 시나리오와, 트럼프 당선자의 대규모 추방 상황을 전제한 ‘저이민(Low immigration)’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저이민 시나리오에서 2025년 순 이민자 수는 -65만명, 2026년 -1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보다 완화된 수준으로 추방이 집행될 것으로 전제했음에도 이 시나리오는 최근 역사에서 경험한 바 없는 극단적인 수준의 이민 감소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저이민 시나리오상 2025~2028년 경제활동인구는 400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이민 시나리오에선 800만명 증가했다. 이 차이 때문에 저이민 시나리오에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이 도드라졌다.
대규모 추방은 민간소비도 위축시켰다. 불안한 환경에 처한 이민자들 저축률이 5.1%에서 8%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0.1%포인트 추가 하락시킬 거로 전망됐다. 노동력 감소로 농업·가정 간병 서비스 등에서 가격 상승도 예상됐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대규모 추방정책이 미국 경제에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추방 공약을 완전하게 실행할 경우 노동시장과 공급망,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은 현재 예측치를 훨씬 상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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