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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군 무릉도원면 운학1리. 영월에서도 북쪽 끝 오지마을에 사람이 모인다. 인구소멸 위기를 맞은 지역에서 이 마을은 꾸준히 인구가 늘고 있다. 박힌 돌(원주민), 굴러온 돌(귀농·귀촌인), 굴러올 돌(예비 귀농·귀촌인)을 모두 품는다는 ‘운학삼돌이마을’ 이야기다.
2005년까지만 해도 148명이었던 삼돌이마을 주민 수는 올해 3월 기준 235명이 됐다. 이 가운데 90%가 귀촌인이다. 초등학생 아이부터 100세 노인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옥수수·들깨·고추 농사를 업으로 삼는 주민은 인성저축은행영업시간 30명 정도. 나머지는 대부분 은퇴했거나 새로운 삶을 시작해보려고 찾아온 도시민이다. “칠삭둥이가 이장을 할지언정 외지인은 절대 안된다”고 할 정도로 닫혀 있던 시골마을이 어떻게 귀농·귀촌인을 두 팔 벌려 환영하게 됐을까?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삼돌이가 행복한 마을’ 글귀가 그 답이다. 2008년에 귀촌한 안충선씨(68)가 마을 농협적금이자율 일에 적극 나서며 원주민들의 신뢰를 얻었고, 2013년 외지인이 이장을 맡은 첫 사례가 됐다(그는 지금도 이장을 맡고 있다). 그 무렵 주민들은 끝없는 회의를 통해 마을의 10년 계획을 세웠다. 가장 큰 목표는 ‘도시민이 왔을 때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자’였다. 우선, 영농폐기물을 치우고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거나 고쳐 쓰는 등 환경정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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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운학분교 관사를 개조한 마을 도서관.
마을의 모든 대소사를 함께하는 공간인 삼돌이학교도 폐교를 재탄생시킨 것이다. 1934년 설립됐지만 학생수 감소로 2000년 폐교된 옛 운학분교를 마을기금으로 매입해 리모델링했다. 좋은회생출발 최근엔 90년 전 학교 관사로 쓰던 건물을 마을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주민들이 직접 쓴 글을 엮은 책 수십권과 마을에 애정을 품고 있는 이들이 기증한 책이 가득하다.
주민들이 가진 재주를 발굴하는 동아리는 이곳의 자랑이다. 도자기·목공·요가·난타·손뜨개·그림 동아리가 매주 운영된다. 각 동아리에서 일년 동안 갈고닦은 재주를 매년 10월 ibk기업은행 삼돌이축제에서 뽐낸다. 이렇게 주민활동이 활발하니 마을 문을 두드리는 귀촌인이 자연스럽게 늘었다.
굴러 들어온 돌을 보는 박힌 돌의 마음은 어땠을까. 마을 토박이 한남교씨(77)는 삼돌이마을이 형성되기 전까지 운학1리와 근처 마을까지 살피던 반장이었다. “텃세 좀 부려야 되는데 할 수가 없어. 귀촌한 사람들이 와서 마을도 깨끗해지고 좋아지기만 하니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 내가 고맙다고 뻥튀기라도 만들어주면 반갑다고 들고 가고. 이렇게 서로 나누며 지내요.”
삼돌이카페에서 안 사무국장이 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영월=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마을사람들의 마음이 처음부터 잘 맞았던 건 아니다. 12년 전 귀향한 부녀회장 백순자씨(66)는 “농사짓는 사람들은 새벽부터 바쁘니 주민회의 시간을 잡는 것부터 어려웠다”며 “오전 일을 마치고 마을회관에서 같이 점심 먹는 시간을 만들어 사람들을 모았다”고 회상했다. 밥상을 함께하는 진짜 식구가 된 것. 부녀회원들은 어르신들이 모여 식사할 수 있는 공동 밥상도 운영한다. 백씨는 “마을의 손맛을 책임지려 한식 조리사 자격증도 보름 만에 땄다”며 자랑했다.
귀농·귀촌 교육은 마을의 주요 사업이다. 안승배 사무국장은 “지난 10년 동안 잘 일궈온 마을을 지속하기 위해 주민들의 경험을 모아 귀농·귀촌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학삼돌이마을 캐릭터
삼돌이학교에선 매년 상·하반기에 귀농·귀촌 체험학교가 열린다. 농촌의 삶을 꿈꾸는 이들이 마을에 머물며 현실적인 귀촌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도 4월과 10월에 두차례 진행된다. 안 국장은 “농업기술 교육도 중요하지만, 이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새로운 공동체에 적응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수업은 작물별 농가 체험뿐만 아니라 농촌 주택, 도시민과 현지인의 갈등관리, 청년 귀촌 사례 등 각 분야의 전문가 강의로 구성된다. 삼돌이학교 수료생끼리 네트워크가 생기는 것도 장점이다.
젊은 귀농·귀촌인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마을의 집도 장기 임대한다. 삼돌이마을의 가치를 담은 가족 단위 캠프, 도시 청년을 위한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 마을 숙소인 산골스테이 등 마을의 콘텐츠를 충분히 즐길 만한 프로그램과 시설도 마련돼 있다. 방문객 수는 계속 늘어나 매해 평균 2800명, 매출액도 2억5000만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수익은 대부분 운영비로 쓰고 나머지는 주민들에게 배당한다.
삼돌이마을은 2034년까지 10년 계획을 또 한번 세웠다. 치유농업을 활용하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인근 마을에도 인구가 유입될 수 있게 귀농·귀촌 교육을 활성화할 방법을 찾는다. 목표는 단 하나. 박힌 돌, 굴러온 돌, 굴러올 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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