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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딥시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AI 인프라 구축 경쟁의 틀에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쩌면 젠슨 황의 눈동자가 흔들릴지도 모르겠다."(이승우 유진투자증권센터장)
한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첨단산업을 이끄는 기술 선도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성장한 기업들이 하나둘 성과를 내놓으며 세계시장 석권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의 기술 성장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국내 기업들은 국가적 지원을 기대하기는커녕 늘어나는 규제를 덜어내느라 바쁜 모양새다. 일각에선 이미 '골든타임'을 놓치고 아시아 기술패권을 사실상 중국에 거의 모두 넘겨줬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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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왼쪽 사진)의 전폭적 지원 아래 로봇, 인공지능(AI),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산업을 이끄는 기술 선도 국가로 변모했다. 4월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서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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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기업 키워낸 과거의 한국과 닮은꼴
이제 로봇, 인공지능(AI), 배터리, 전기차, 조선 등 주요 기술 분야는 중국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챗GPT의 대항마 딥시크의 등장을 알렸던 중국의 AI 기술은 이미 미국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자산운용사 젠슨 황은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에도 "중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중국과 계속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첨단기술 산업의 상징과도 같은 로봇 분야에서도 중국의 성장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로봇 산업이 무서운 이유는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고 핵심 부품들의 무직자인터넷대출 중국 내재화가 상당 부분 진행돼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 로봇 산업 경쟁력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5년 3만3000대였던 중국의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지난해 약 48만4000대로 10년간 15배나 증가했다.
이 외에도 배터리, 조선 등 국내 기 토지후순위대출 업들의 주요 먹거리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 5월7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4.5%포인트 하락한 18.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CATL은 38.3%, BYD는 6.7%로 전년 동기보다 높아진 점유율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했다. 이제 '기술 분야에서 중국보다 우리(한국)가 앞선다'는 말은 더 이상 꺼내기 어려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나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아직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필두로 한 중국의 추격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거액을 주고 한국, 일본의 반도체 핵심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최근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이 중국에 반도체 기술을 유출하려다 구속되기도 했다.
중국이 첨단기술 산업을 성장시키는 방식은 과거 한국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던 방식과 유사하다. 국가가 주도해 특정 산업군을 정하고 이어 아낌없는 정책금융 및 제도적 지원으로 집중 성장시키는 전략이다. 2015년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메이드 인 차이나) 2025'라는 전략을 발표했다. 30년 중장기 계획 중 1단계에 해당한다. 10대 핵심 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R&D) 등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내수시장에서 보호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는 전략이다. 미·중 관세전쟁을 불러오게 한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중국의 정책은 지금의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들을 탄생케 했던 1970년대 한국을 연상케 한다. 당시 한국 정부는 중화학공업을 육성한다는 명목하에 정부 주도로 산업 키우기에 나섰다. 해외 기업들의 국내 진출을 제한하며 수출 주도 산업을 키워내 결국 대기업들을 탄생시켰다. 심지어 기업들을 위해 기업의 사채를 동결하는 반(反)시장적인 이른바 '8·3 조치'까지 내걸었다. 산업 육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장경제 체제까지도 손을 댄 셈이다.
'최대 피해자' 우려에도 단기 대책 급급한 한국 정부
문제는 이 같은 '중국제조 2025'의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히는 국가가 한국이라는 점이다. 독일의 중국 연구기관 메릭스는 2016년 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중국제조 2025' 여파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국가로 제조업 의존도가 높고 첨단 산업이 발달한 한국을 꼽았다. 실제로 '중국제조 2025'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요즘 국내 기업들은 하나같이 고전하고 있다. 중국이 육성하려는 산업들 상당수가 우리 기업들이 공을 들이거나 선전하고 있던 분야들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내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 같은 실질적이고 전폭적 지원은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다. 재계 및 업계에선 크게 두 가지를 그 이유로 꼽는다.
우선 정부나 정치권의 지원책이 대부분 장기적이고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 단기적·즉흥적이고 보여주기식 접근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조기 대선 국면에서 후보마다 'AI 수백조원 투자'를 외치는 것도 그 예로 꼽힌다. 국내 AI 석학 김진형 카이스트(KAIST) 명예교수는 "중국은 기본적으로 기초과학과 과학자들이 대접을 받는 사회이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기술 인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AI를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린 교육 현장의 반대에 부닥쳐 AI 교과서 도입이 어렵고 초등학교 6년간 17시간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기업 정책과 관련한 외부 사공이 많다는 점도 문제점 중 하나로 거론된다. 한 글로벌 기업 고위 임원은 "중국에선 정부가 AI나 기타 산업을 육성한다고 할 때 노조나 외부 세력들이 반대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한국의 경우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개입과 훈수가 심하고 정부나 정치권도 표를 의식해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즉 재벌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외부 시선을 의식하는 것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선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국제 무대에선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인데, 단지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정책적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호 한경협(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예를 들어 R&D 세액공제율(국가전략기술 외)을 보면 과거엔 10%였으나 현재는 대기업만 2%로 내렸다"며 "관세전쟁 등으로 해외 기업들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점을 감안해서라도 대기업, 중소기업을 나누는 이분법적 편가르기 정책이 아닌 과감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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