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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만은 공장을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기술과 시설, 원자재라고 생각했다. 품질 좋은 원자재 확보가 필수였다. 1950년 6월 24일 김삼만은 원자재 구입차 서울로 출장을 갔다.
서울서 1박을 하고 25일 아침 일찍 인천으로 출발했는데, 거리에 군용차량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어 무언가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다. 6·25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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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항공 촬영한 진주시가지 모습, 6·25전쟁으로 인해 진주시가지와 진주 남강교가 파괴됐다. 김삼만의 대동공업사도 이 시기에 파괴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경상국립대학교 대학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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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항공 촬영한 진주시가지 모습, 6·25전쟁으로 인해 진주시가지와 진주 남강교가 파괴됐다. 김삼만의 대동공업사도 이 시기에 파괴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경상국립대학교 대학기록관/
◇파괴된 한국어촌어항협회 대동공업사
전쟁으로 인해 공산군 치하에서 김삼만의 대동공업사가 당한 물질적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대동공업사가 재기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진주시 본성동 제1공장은 무거운 기계 몇 대만 남아 있고, 철판 등 재료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먼 훗날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문을 연 대동공업사의 제2공장 신용등급조회 시설도 전쟁으로 인해 3개월 전 모습은 형체도 없이 철저하게 파괴되어 버렸다.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기계를 떠나 상인의 길로 : 비료 사업
전쟁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지만 진주가 수복되자 김삼만은 폐허가 된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하나하나 준비를 해 나갔다. 하지만 파괴된 곳이 너무 돈육 많아 전쟁 전의 공장상태로 되돌리기에는 너무도 많은 자본과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상태였다. 뭐라도 해야만 했다.
김삼만은 전쟁 후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 조사해 보았다. 밥을 하는 쇠솥이 필요할 것 같았다. 솥 제작 원료로 사용할 고철은 전쟁으로 인한 폐건물에서 나오는 고철을 사용하면 될 것 같았다. 주물 형태로 밥 짙는 쇠솥을 만들어 판매를 해 보았다. 그러나 생각만큼 수요는 많지 않았다. 만든 제품이 팔리지 않으니 수입이 발생할 수 없었다. 당장의 가족 생계도 문제였다.
더 버틸 재간이 되지 않자 부산에서 문방구를 하고 있는 친구를 찾아갔다. 전쟁으로 파괴된 철공소를 재건할 건데 돈이 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지금 이 시기에 철공소보다는 먹고사는 것이 우선이니 농사철에 필요한 비료를 사다가 판매해 보라고 권유하면서 비료 2트럭분 800가마를 외상으로 진주에 가져갈 수 있게 해주었다. 진주에 가져온 비료는 당시 구하기가 어려운 농업용품으로, 곧바로 전부 판매가 됐고, 이윤이 두 배 이상 남는 장사였다.
6·25전쟁 때 북한군은 1950년 7월 31일부터 9월 25일까지 진주시를 점령했다. 이 시기에 국보였던 촉석루도 소실됐다. 당시 흔적도 없는 촉석루 모습./경상국립대학교 대학기록관/
6·25전쟁 때 북한군은 1950년 7월 31일부터 9월 25일까지 진주시를 점령했다. 이 시기에 국보였던 촉석루도 소실됐다. 당시 흔적도 없는 촉석루 모습./경상국립대학교 대학기록관/
6·25전쟁 때 북한군은 1950년 7월 31일부터 9월 25일까지 진주시를 점령했다. 이 시기에 국보였던 촉석루도 소실됐다. 1960년 복원 중인 촉석루 모습./경상국립대학교 대학기록관/
6·25전쟁 때 북한군은 1950년 7월 31일부터 9월 25일까지 진주시를 점령했다. 이 시기에 국보였던 촉석루도 소실됐다. 1960년 복원 중인 촉석루 모습./경상국립대학교 대학기록관/
6·25전쟁 때 북한군은 1950년 7월 31일부터 9월 25일까지 진주시를 점령했다. 이 시기에 국보였던 촉석루도 소실됐다. 1960년 복원된 촉석루 모습./경상국립대학교 대학기록관/
6·25전쟁 때 북한군은 1950년 7월 31일부터 9월 25일까지 진주시를 점령했다. 이 시기에 국보였던 촉석루도 소실됐다. 1960년 복원된 촉석루 모습./경상국립대학교 대학기록관/
◇1950년초 부산에서 활동한 이병철, 구인회
전쟁 중인 1951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은 부산에서 삼성물산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설탕을 생산, 판매를 하는 ‘제일제당’ 공장을 지어 대한민국 기업 순위를 일순간에 바꾸어 놓았다.
LG그룹 창업주 구인회도 역시 부산에서 락희화학을 설립해 여성 화장품인 ‘LUCKY 크림’을 생산 판매해 회사를 성장시키고 있는 시기였다.
◇기계를 떠나 상인의 길로 : 밀가루
당시 한국 사회는 삼백 산업이 필요한 시기였다. 삼백 산업은 설탕과 면화, 밀가루 등 세 가지 흰색의 농산물을 가공해 판매하는 산업이다.
김삼만도 비료 판매를 통해 짧은 시간에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조금씩 조금씩 장사의 길을 걷고 있었다.
어느날 부산에 배당된 비료를 찾으러 가다가 의형제처럼 지냈던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친구는 김삼만에게 지금은 전쟁 후라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밀가루를 수입해서 팔면 이윤이 상당하다며 밀가루 구입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김삼만은 비료 판매 수익금의 절반을 밀가루 구입에 선불로 지급했다. 하지만 밀가루 수입 사업은 친구가 일으킨 문제로 인해 김삼만은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다.
김삼만은 결국 무역업이나 밀가루 장사 등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 나는 쇠를 만져야 한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련 없이 장사의 길을 접고 부산에서 진주로 되돌아 왔다.
◇나는 쇠를 만져야 한다
전쟁의 피해로 뼈아픈 고통을 당한 김삼만에게 더한 아픔은, 일거리가 없는 경기 불황의 연속으로 재기 의욕의 파괴였다. 하지만 김삼만은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틈만 나면 전쟁으로 버려진 고철을 모았다. 대동공업사 공장이 고철 수집이 주 업무가 될 정도로 고철 모으기에 집중했다.
김삼만이 모아둔 고철은 회사 복구와 경영 자본에 큰 보탬이 됐다. 하지만 김삼만은 단순히 고철을 모아만 둔 것이 아니었다. 일거리가 많지 않아 공장이 쉬는 날이면 김삼만은 고철의 성분 분석도 했고, 선반 작업 후에 나오는 고철 쇳가루를 활용하는 방법도 연구했다. 이러한 연구가 훗날 기계 부속품을 만들 때 쇠의 성분을 잘 알아 남과 다른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회고 했다.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는 6·25 후 전국에 있는 고철을 수집해 일본에 수출했다. 이 시기 김삼만과 조홍제가 보는 한국경제의 중심과 미래에는 고철이 중심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현상이다. 차이가 있다면 조홍제는 수출을 위해 고철 수집을 했다면, 김삼만은 고철로 제품 생산을 위한 고철 수집이었다.
6·25전쟁 때 파괴된 진주 남강교, 통행이 되지 않아 부교를 설치해 이동하고 있다./일호광장 진주역 전시장/
6·25전쟁 때 파괴된 진주 남강교, 통행이 되지 않아 부교를 설치해 이동하고 있다./일호광장 진주역 전시장/
◇시련은 단단한 쇠가 되어
김삼만은 스스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계를 만지는 것이다. 기회는 분명히 올 것이다’ 하고 자위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대동공업사 공장을 성실하게 운영해 나갔다.
시간이 나면 가끔씩 부산에 가서 철공소 시장도 살펴보았다. 또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공구나 기계 부속품을 구입해 부산 자갈치시장 인접에 있는 형의 인쇄소 창고 한쪽에 보관하기도 하고, 또 진주로 가져오고 하는 일을 반복했다.
부산에 출장을 가면 숙박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인쇄소 창고에 야전침대를 놓고 생활하기도 했다. 추운 날에는 큰 병에 따뜻한 물을 부어서 담요 속에 넣고 추위를 견뎌내기도 했다.
이렇게 반복된 생활이 수개월 지나자 전쟁의 상처들도 조금씩 복구가 되면서 대동공업사에도 기계 수리, 차량 수리 등의 일감도 조금씩 생겼다.
전쟁 이전에도 대동공업사 상호로 진주시 본성동에서 영업을 했고, 전쟁 이후에도 그 자리에서 대동공업사 상호로 운영한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대동공업사를 알고 있었다.
기계 수리나 차량 정비 등은 대동공업사가 잘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쟁 이전만큼은 아니었지만 대동공업사의 기계 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이래호 (국제학박사, 통역·번역가)
이래호 (국제학박사, 통역·번역가)
이래호 (국제학박사, 통역·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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