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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응이나 소견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종목검색
. 미국과 한국 개신교계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최근 사망한 프란치스코 가톨릭 교황은 트럼프의 독단적 정책노선에 비판의 날을 세운 바 있다. 미국과 한국을 막론하고 세계 개신교계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에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경제와 무역은 교회 소관이 아니라는 인식 인터넷야마토
그리고 다른 하나는 트럼프가 현재 미국의 보수정치진영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전자의 이유는 기독교계의 전통적 정서로 봤을 때 문제될 소지가 없다. 정교분리 원칙에 입각해서 온당한 처신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진정으로 이 문제에 관여하려는 의지가 있는 기독교인은 교회가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경력을 쌓아 고위관료나 영개미왕국
향력 있는 경제전문가가 되어 활동하면 된다. 아니면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면 된다. 그것이 아니고 ‘교회의 이름으로’ 정치나 정책 영역에 관여하려는 행태는 성경적으로든 현대적인 헌법의 관점으로든 월권행위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런데 후자의 이유 즉 트럼프가 보수정치진영을 대표하는 인물이기에 개신교회가 그에게 지나치게 우호적이거증권토론
나 찬동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보수정치진영이 기독교회와 여러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LGBTQIA+에 대한 관용의 제도적 강요를 거부하는 것이나 낙태 허용 범위를 좁히는 사안에서 트럼프는 교회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였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를 두고 트럼프와 개신교회, 양측의 핵심가치가유료주식사이트
동일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심각한 오해다.
2020년 미국에서 발간된 책 ‘도널드 트럼프의 영적 위험성(The Spiritual Danger of Donald Trump)’은 30인의 보수 복음주의 개신교 학자, 법률가, 목회자, 기독교 사회운동가들이 모여 집필한 논문집이다. 이전까지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계 인사들이 트럼프에 대해 쓴 책들은 거의 대부분 그가 신실한 신앙인으로서 복음주의 기독교의 핵심가치를 지키기 위해 힘쓰는 대통령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의 영적 위험성’은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계 인사들이 트럼프를 도무지 참된 기독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 책에서 변호사이자 복음주의 전도사로 일하는 아이린 파울러(Irene Fowler)는 트럼프가 실제 추종하는 핵심가치들이 기독교적 핵심가치인 죄사함, 의로움, 반세속화, 재리(財利)로부터 초연하기, 고통받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직접적으로 거스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파울러가 지적하는 바 트럼프의 가장 큰 문제는 재물, 권력, 섹스에 대한 욕망이 그의 삶을 추동하는 근본동기라는 것, 그리고 그가 심각한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는 파울러 뿐 아니라 이 책에서 트럼프에 대해 진단하는 거의 모든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다.
세속의 정치인과 기독교 신앙인은 애초 삶의 핵심가치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심정적으로는 어떻게든 정권을 획득한 정치지도자들을 기독교인이라는 범주 안에 포섭하려 한다. 세속 정치인의 삶의 목표는 자신이 확보한 정치권력의 강화와 연장이다. 물론 그렇게 강화된 정치권력을 가지고 뜻깊은 일을 해낸 정치인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역사상 그런 사례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거의 모든 정치인들은 정치권력 그 자체를 우상화하고 그것만을 삶의 목표로 떠받든다. 독재국가든 민주주의 국가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정부나 공교육 영역에서 추진하는 프로파간다의 기본적인 목적은 이렇게 권력의 유지와 강화에 매달리는 정치지도자들의 행태를 국가, 국민, 민족을 위한 행위로 포장하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회는 정치지도자들의 권한을 인정한다. 그 이유는 인간이라는 족속이 본성상 타락한 처지에 놓인 까닭에 그런 지도자들이라도 없으면 즉시 혼란과 무정부 상태로 돌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를 벗어나려면 누군가는 권력을 잡아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권력을 잡은 자들이 영광을 누리는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무정부 상태에서는 정치적 힘과 영광이라는 것이 성립될 수 없다. 그저 힘의 우열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정치지도자들은 그들 자신의 권력욕 충족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체제를 유지하고 질서를 잡아야 한다. 세계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총본산이라고 하는 미국 역시 그 속을 들여다보면 권력확보 그 자체에 집착하고 그것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이들이 국가 수뇌부를 구성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자유와 평등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또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미국의 국가 시스템이 전체 국민에게 일정부분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적절한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야만 체제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형태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 전반에 가시적으로 자유, 평등, 그리고 이익을 보장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관세장벽은 미국이 자국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에게 이익을 돌릴 때 썼던 매우 효율적인 방안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통상 프로파간다에 속아 미국과 서유럽 선진국 각국이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추구한다고 잘못 알고 있다. 그러나 실상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고율 관세장벽의 힘을 활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전통적인 보호무역주의 국가다. 미국은 연합규약 시기(1781년 독립전쟁 종료 후 1789년 연방헌법 제정까지 미국의 정치적 과도기)에 13개의 주정부 사이에서도 서로 관세를 매길 정도로 자국 산업보호에 사활을 걸었던 경제적 전통을 갖고 있다. 헌법제정 이후 관세를 매길 권한은 연방정부로 이전되었는데 연방정부의 관세정책은 주로 미 동북부 공업자본가들에 의해 좌우되었다. 이들은 당시 산업혁명으로 싸고 질좋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영국과 프랑스 산업계의 수출품 유입을 막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초고율의 관세를 부여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수입관세율이 높은 나라로 30~40%의 관세율을 유지했다.
미국이 그나마 명목상으로 관세율을 낮추고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쳐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농업, 공업생산력을 갖추게 된 다음의 일이다. 이 시기에는 미국산 상품의 수출경쟁력이 전 세계 최고였으니 오히려 관세장벽을 높이는 것이 국익에 저해되는 일이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2차대전 종전에 즈음하여 브레턴우즈 체제를 확립, 전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화폐권력을 거머쥔 다음에는 국제적으로 달러화가 원활하게 유통되도록 해야 했기에 기조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며 어느 정도는 고의적으로 무역적자를 방치했다. 냉전시기 공산권 국가들과의 체제경쟁 또한 미국이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한 또다른 요인이었다.
자유무역 기조가 유지되는 시기에는 그 수혜를 입는 신흥제조업 강국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상품뿐만 아니라 기술, 인력, 자본 모두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남미,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지역이 순차적으로 수혜를 받았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곧 달러화 유출을 의미하고 이는 달러화의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사회 최상부의 기득권층에게는 전혀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미국 중산층과 서민들은 큰 고통을 받게 된다. 계속해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공장들, 그리고 해외 신흥제조업 강국들이 생산한 저가 수입품은 미국 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빠르게 줄여나간다.
트럼프가 대표하고 있는 현 미국 정가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해외로 빠져나간 공장과 일자리를 어느 정도 되찾고 저가 수입품 공세를 막아야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미국 내 기업과 서민들의 처지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기득권층의 권력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현재 미국 정가의 지배적 분위기로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 정부에게 보이는 강경함과 자유무역에 대한 그의 반감은 실질적으로 기독교적 가치와는 무관하며 순전히 그 자신이 속한 최상부 기득권층의 이익보호를 위한 태도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자유무역이 기독교적인가라고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경제적 이념과 핵심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 다만 자유무역이 기독교 선교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상품, 자본, 기술, 그리고 인력의 교류는 필연적으로 사상교류를 수반하고 교회는 거의 항상 이것을 기회삼아 선교의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다른 종교들은 1960년대 미국 서부 지역에 빠르게 전파된 일본 선불교처럼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믿음을 다른 지역과 민족에 전파하는 데 전념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자유무역이 미국과 서방 선진국을 제외한 세계 각지 신흥국에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는 경우 교회의 선교 노력은 큰 결실을 맺곤 했다. 서방 세계에 대한 이질감이 약화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 교회들의 선교 노력 또한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교회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이를 분명하게 경험하였다. 한국전쟁 후 산업화 시기 미국이 표방한 자유무역주의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안보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고 그 덕분에 기독교 신앙도 ‘미국적인’ 혹은 ‘선진적인’ 믿음으로 여겨져 교회가 국내에서 교세를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현재 트럼프가 시행하려는 강력한 미국우선주의, 강압적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기독교 선교활동에 다소간 저해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독단적 자국우선주의에 대한 세계 각지의 반감이 높아질수록 미국과 서방 중심의 기독교 선교활동 역시 이전보다 강한 심리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 삶의 궤적, 그리고 그가 시행하려는 정책의 상당부분은 면밀하게 살펴봤을 때 기독교적 가치기준을 확연하게 벗어나 있다. 다만 그가 미국의 일부 보수적 가치를 옹호하며 그것이 기독교인들이 중시하는 삶의 가치와 일정부분 겹치는 측면들이 있기에 미국이나 한국 기독교인들이 그에게 ‘기독교적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억지로 부여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일종의 인지부조화 현상이다. 기독교인들이 세속화와 반기독교 문화의 범람에 위기감을 느끼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트럼프에게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상을 투영하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이런 착각에서 벗어나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확고한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하기를 바란다. 특정 정당에 대한 기독교계의 일방적 지지는 거의 항상 정치권의 이용거리로 귀결되고 말았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욱주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수학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좁은문은혜교회 목사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리=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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