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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원전) 부지 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설과 주민 수용성 배제 등의 지적이 제기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법)과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준위법은 지난 2016년 국회에서 첫 논의를 시작한 지 9년만, 전력망법은 2023년 이후 약 3년만에 국회 문턱을 넘게 된 것이다. 다만 두 법 모두 주민 기피시설인 방폐장이나 송전망 건설을 ‘간소화’하는 절차를 담고 있어 벌써부터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고준위법은 현재 가동 중인 전국의 26개 상담센타 원전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영구저장 시설 등을 마련하는 근거가 담겼다. 2050년까지 별도의 중간 저장시설, 2060년까지 영구 폐기 시설을 짓도록 하면서도 원전 부지 내에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짓도록 길을 열어준 게 법안의 핵심이다. 원전 지역 주민들은 영구 폐기장 건설이 늦어지는 경우 ‘기존 원전 부지가 방폐장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예의없는사람 거세게 반발한다. 최근 주요 원전이 있는 바닷가 지진 위험도 커지고 있어 원전 부지의 방폐장화가 곧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함께 방폐장 부지 선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등이 법에 포함되지 않다 보니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주민 설득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 넘어 산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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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와, 탈핵시민행동 등이 지난해 5월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폐기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전력망법에는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요처로 전달하기 위한 송전선로 설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 저기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데 전력망 실시계획을 수립할 때 지자체장이 ‘60일 이내’에 주민 의견을 수렴하되 이 기간이 지나면 협의를 마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주민 참여를 배제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방적인 국가 전력망 건설 과정에서 제2, 제3의 밀양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환경시민단체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날 성명을 원리금 균등상환 계산기 내 “산업계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처리된 고준위법과 전력망법이 사회적 갈등만 고조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통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핵폐기물을 양산하는 상황에서 핵폐기물 처분의 당위성만 언급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지 못한 것”이라며 “늘어나는 핵폐기물을 보관할 시설 부지를 찾는 과정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력망법과 관련해서도 “오랫동안 전력망을 둘러싼 갈등은 정부의 일방적인 사업추진과 임의적인 변경, 투자 미흡으로 인한 것”이라며 법 통과 이후 심화할 지역 갈등을 우려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해상풍력 사업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해상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도 통과됐다. 해상풍력을 확대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하고 인허가 절차를 줄이는 내용과, 풍력발전 지구 내 필요한 경우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특례 규정을 뒀다. 다만 기후환경단체들은 바다라는 공유자원에 대한 민간기업들의 사업권을 인정한 결과 재생에너지의 지나친 민영화와 난개발이 심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통과한 에너지3법이 향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된 뒤 전력망법·고준위법은 공포 6개월 후, 해상풍력법은 공포 1년 후부터 본격 시행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법 시행에 맞춰 관계부처 협의, 의견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하위법령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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