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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어디에서 살 것인가? 한때는 완전 귀향을 꿈꾸고 순창에 땅도 장만했다. 갈수록 시골살이에 자신이 없어진다. 타협책으로 ‘4도 3촌’을 생각해 본다. 서울에서 4일, 고향에서 3일 사는 것이다. 자동차로 3시간 30분 걸리는 것이 부담스럽다. 살 만한 시골이 있을까? 고을 인심과 지리를 논한 ‘동국여지승람’(노사신 외) ‘택리지’(이중환) ‘상택지’(서유구)를 뒤적여 본다. 강산은 변했고 인심도 변해 옛 책을 믿을 수 없다.
‘생거 진천 사거 용인’이라던데, 충북 진천으로 가볼까? 경기 sk 통합 용인시민은 불편하겠다. 실제로 용인에 사설 공원 묘지가 많다. 사설 묘지 공원들은 “명당”이라 홍보하는데,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필자가 몸담은 대학 제2 캠퍼스가 진천에 있으나 가본 적도 없고, 진천의 풍수도 아는 바 없어 말 못 하겠다.
왜 ‘사거 용인’이라 했을까? 조선 왕릉은 한양 100리 안에 썼다. 새로운 자리를 찾아 쓰는 것 롯데카드 자동차할부 이 아니다. 왕이 죽으면 한양 100리 안 명문 선영을 들여다본다. 직접 찾아다니는 일은 관상감 소속 풍수 관리가 담당한다. 명문 무덤이라도 다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자손이 많고, 장수하는 집안, 그리고 과거 급제자가 많은 세 가지 조건에 맞아야 한다. 분명 좋은 선영이 있다. 왕실은 그 땅을 ‘징발’하고 대체지를 ‘하사’한다. 따라서 왕이 죽으면 한양 은행이자계산 100리 안에 선영을 둔 명문들은 긴장한다.
왕실의 ‘징발’을 피할 방법은 무엇인가? 100리 밖 따뜻한 남쪽이 좋다. 용인은 한자로 ‘龍仁’으로 쓴다. 용은 신령스러운 짐승으로 임금을 상징한다. 풍수에서는 산을 용으로 부른다. 산은 용이요, 용은 임금이요, 임금은 산이다. 지금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까닭도 이것이 아닐까 추측해 나의대출한도 본다. 더구나 龍仁의 둘째 글자 인(仁)은 유교에서 으뜸으로 여기는 덕목이다. 사대부들이 조상을 모시기에 이처럼 좋은 곳이 있을까?
경기 용인시 한 공원묘원에서 성묘객들이 가족의 묘를 찾아 성묘를 하고 있다. /뉴스1
저금리 학자금대출 필자의 주소 순창군도 억울하다. 그쪽에서는 ‘생거 남원 사거 순창’ ‘생거 부안 사거 순창’ ‘생거 장성 사거 순창’이란 말을 흔히 듣는다. 물론 이유가 없지 않다. 도선 국사가 점지한 24혈이 있다는 전설 때문이다. 용인과 순창만 불만이 아니다. ‘생거 한양 사거 구리(구리시)’ ‘생거 장단 사거 파주’ ‘생거 하동 사거 곤양(경남)’ ‘생거 학산 사거 성산(강릉)’ ‘생거 복내 사거 노동(전남 보성)’ 등 고을마다 옛사람들은 사자성어를 만들어냈다. 맞는 말인가?
지난 2년 동안 행안부가 시행한 ‘지방 소멸 위기 지자체 기금 분배’ 평가단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이상민 전 장관 중점 사업). 50여 지자체 현장을 방문하고, 그들 사업안을 들여다보았다. 사업안 가운데 시장·군수·공무원이 직접 공부하여 작성한 것은 드물었다. 용역 업체들 작품이다. 공무원들은 그곳 땅과 사람을 모른다. 기존 농공단지·산업단지는 묵혀두고 새로운 산업단지·농공단지를 만들려 한다. 귀촌·귀농 유인책이랍시고 ‘임대주택 조성 사업’이 가장 많다. 합치면 전국에 몇 천 채가 된다. 관광 활성화 방안으로 전망대·구름다리·잔도·분수대도 짓겠단다. 이들을 합치면 전국에 수백 곳이다.
기금 받아 건물 지으면 수년 후에 잡초에 묻힌다. 시장·군수 바뀌면 이전 사업안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 농어민 소득·복지 사업이 아닌 토목·건축 사업이다. 특정 세력에게 기금이 흘러간 뒤 도시로 유턴한다. 귀농·귀촌을 방해하는 악취 나는 대형 축사, 산사태 유발하는 태양광 시설물, 그리고 악질적 텃세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업안은 단 하나도 없었다. 산을 깎고 물을 흐려 놓는다. 미래 농어촌 그 어느 곳도 ‘살 만한 곳’이 될 수 없다. 결국 ‘생거 도시 사거 농촌’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자체 공무원들과 시장·군수들의 혁명적 발상 전환이 없다면 ‘사거 농촌’은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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