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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연속 2% 이하 성장률. 우울한 이야기지만, 실제 벌어질 것 같다. 한국은행은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1.9%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보다 0.4%포인트 하락한 수치인데, 우리은행 주택자금대출 한은이 연간 성장률 전망을 0.4%포인트 이상 조정한 것은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발표한 지난해 성장률 속보치와 이번 수정 전망을 반영하면 한국 경제는 ▶2023년 1.4% ▶2024년 2.0%(속보치) ▶2025년 1.5% ▶2026년 1.8%(전망치)로 사상 유례없는 저성장 궤적을 그린다.
트럼 캐피탈 이자율 프 관세전쟁도 불확실성 키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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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이번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정부(1.8%), 한국개발연구원(KDI·1.6%)보다도 낮다. 해외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전망치(1.6%)보다도 아래다. 저성장 전망 배경엔 올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 고령자취업알선 성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내수와 수출 모두 예상보다 부진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내수에서는 지난해 경제성장을 갉아먹은 건설 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비상계엄 이후 민간 소비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한국 경제를 버텨온 수출도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증가율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 국민카드 연체 이 지배적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와 벌이고 있는 관세전쟁 영향도 크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올해 성장률을 하향한 것과 관련 “1월에는 계엄 사태 등 국내 상황이 중요한 요인이었다면, 이번 전망 때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1월에는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올해 2분기 이후, 다른 국가에 대한 관세는 내년에 각각 부과될 것으로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이런 마당에 물가마저 고개를 들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하며 5개월 만에 2%대에 진입한 데 이어 주요 물가 지표가 꿈틀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22.03으로 1년 전보다 2.7%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도 지난달 1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대 저성장에 빠진 상황에서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저성장에 인플레이션이 겹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우려했다.
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2%대로 올라선 데는 유가가 오르고, 원화 가치 하락하면서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와 수입품 가격이 오른 게 큰 영향을 미쳤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배럴당 80.4달러로 지난해 12월보다 9.8% 뛰었고, 지난달 13일 1470원까지 떨어졌던 달러당 원화 가치는 여전히 1430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 영향으로 1월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7.3% 올랐다. 지난해 7월(8.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로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9.2%, 5.7% 뛰었다. 한은은 최근 환율 상승이 석유류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치며 전체 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가량 밀어 올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 서비스 물가도 3.5% 올랐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물가는 당분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수입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데다 생활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소매가격은 25일 기준 한 포기에 5195원이다. 1년 전(3815원)보다 36.2% 올랐고, 평년(4110원)보다 26.4% 비싸다. 무 역시 한 개에 3241원으로 전년(1797원) 대비 80.4%, 평년(1793원) 대비 80.76%나 올랐다. 일반 채소 역시 마찬가지다. 양배추는 한 포기에 5706원으로 1년 전보다 54.9%나 올랐다. 당근(무세척)은 1㎏에 5450원으로 1년 전 대비 35.7% 비싸다.
일각 “성장률 1% 중후반, 경기침체 아냐” 문제는 물가 불안이 겹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의 경기 지표가 호조를 기록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미국이 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이 먼저 금리를 낮춰 금리 차를 키우면 외국계 자금이 이탈하면서 외환시장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새해 들어 은행이 대출 제한을 풀고 있는 상황인데 금리까지 떨어지면 봄 이사철 등과 겹쳐 가계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수경 기자 jung.suekyoung@joins.com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총재도 “금리만으로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올해 전망치인) 1.5% 이상의 성장률이 필요하다면 재정 정책과의 공조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역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사례와 국회 심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28.4조원(GDP 대비 2.3%)의 추경 편성으로 성장률이 0.8%포인트 높아졌다. 이규민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추경 규모, 재원 조달 방식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과거 정부가 제시한 추경의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최저 0.1%포인트, 최대 0.8%포인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추경 편성을 논의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추경은 경기 침체와 대량실업이 발생했을 때 편성할 수 있다고 국가재정법에 법적 요건이 정해져 있다”며 “성장률이 1% 중후반이 되더라도 이것을 경기 침체로 볼 수 있는지, 현재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있는지 판단해 보면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최근 추경 논의가 사실상 멈췄다. 국민의힘은 연금개혁 등 주요 현안을 먼저 합의 처리한 뒤 추경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연금개혁안 일방처리를 저지하는 전략으로 추경을 거론하면서 추경 편성 시점은 예단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여야 모두 부진한 내수를 살리는 데 방점을 둔 만큼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25일 전국 영세 소상공인에 공과금 등 지원 목적으로 1인당 10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추경에서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소비쿠폰) 지급 방안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해 이견이 좁혀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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