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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2021년 12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국민의힘
국민의힘이 파면당한 윤석열씨를 끌어안은 채 빠르게 대선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 7일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게 신협 적금 이율 주류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원 징계를 결정하는 당 윤리위원회를 대선까지 열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는 윤씨를 제명하지 않고 대선을 치르겠다는 뜻이다.
또한 이날 국민의힘은 '친윤' 인사인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황우여 선관위원장은 지난해 국민의힘 총선 패배 이후 비대위 펀드가입 원장을 맡았는데 당시 지명직 비대위원을 유상범·전주혜 의원 등 '친윤'으로 구성했다. 이번 선관위도 조은희·이상휘·조지연·박준태·전주혜 등 친윤·반한(반한동훈) 세력으로 꾸렸다. 파면 3일 만에 '친윤' 인사로 선관위 구성을 마쳤다는 건 헌법재판소 선고 전부터 이러한 기조를 준비했다는 뜻이다.
실제 이번 대선을 준비하는 이들도 윤씨와 관 보너스 계가 깊다. 이들 상당수가 윤씨 당선에 1등 공신이거나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큰 수혜를 본 인사들이다. 현재 보수진영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윤씨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지난 8일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로 거론되는 이는 안철수·이정현·오세훈·유승민·유정복·이철우·한동훈·홍준표·김문수·김태흠·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덕수 등 14명 농협신용대출은행 이다. 중앙일보는 여기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까지 15명을 잠재적 대선 후보로 거론했다. 보수진영으로 넓히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이번 대선에 도전한다.
단일화한 안철수, 1등공신 이준석
윤씨 파면 결정 이후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한 인사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다. 지난 8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21대 우리은행 수익공유형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 의원은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와 단일화하며 당선에 기여한 1등 공신 중 한명이다.
지난 대선 약 보름 전인 2022년 2월23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울산 유세에서 “그 사람(윤석열 후보)이 당선되면 그 다음에 대한민국 어떻게 되나.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또 그럴 것”이라고 말했는데 약 10일 후인 3월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조건 없는 단일화를 선언했다.
▲ 2022년 3월3일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단일화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사진=미디어오늘
안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해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한 것 아니냐는 원죄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질문에 “한국 정치제도에서 3당은 당선되기 힘들구나. 그렇다면 범죄 혐의자보다는 오히려 정치 경험이 부족한 분을 밀어드리는 게 그게 역사의 올바른 길로 가는 길이라고 믿었는데 계엄으로 끝날 줄은 정말 몰랐다”며 “(단일화에 대해) 사과했다”고 답했다.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자칭 “대선승리 일등공신”일뿐 아니라 여론조사에서도 1등 공신으로 꼽혔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2022년 9월 진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당선에 가장 많이 기여한 인물로 이준석(34.8%)이 1위, 후보였던 윤씨가 2위(24.1%), 단일화를 한 안철수가 3위(11.9%)로 나타났다.
다만 윤씨의 당선 이후 윤석열 측 인사들로부터 당에서 쫓겨나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개혁신당은 헌재 탄핵 선고 전인 지난달 18일 이준석 의원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이 의원 단독 입후보였고 92.8%의 찬성을 얻었다.
윤석열 캠프 출신, 나경원·유정복·원희룡·김태흠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나경원 의원은 윤석열 캠프 서울 선대본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선거 한달 뒤인 2022년 4월2일자 조선일보 인터뷰를 보면 나경원 의원은 대선 기간 22일 동안 86회 유세에 참여했고 마지막 닷새는 매일 아침 30분씩 링거까지 맞고 유세장을 찾았다고 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최근 '윤심'이 향하는 차기 대선 주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면 당일인 지난 4일 윤씨는 한남동 관저에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만났는데 다음날인 5일 나경원 의원을 단둘이 만났기 때문이다. 나 의원은 당내에서 윤씨 탄핵소추안 기각·각하를 촉구하는 탄원서 제출을 주도한 인사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진행되던 2021년 10월 윤석열 예비후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유 시장은 오는 9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공원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예고했다.
유 시장은 명당으로 불리는 여의도 대하빌딩에 사무실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하빌딩은 과거 김대중·이명박·박근혜·윤석열 등 전직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꾸렸던 건물로 최근에는 유 시장(6층)을 비롯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6층),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9층), 홍준표 대구시장(4층) 등도 이 건물에 선거 사무실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석열씨. 사진=TV조선 화면 갈무리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대선때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윤석열 정부 첫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윤석열 당선에 큰 기여를 한 뒤 입각한 것이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주목도를 올리며 수혜를 입은 인사들은 더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 총괄특보단 정무특보단장을 지냈다.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충남지사에 출마해 “충남의 아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충남을 대한민국의 핵심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내걸었다.
윤석열 정부 수혜자, 한동훈·김문수·윤상현·최경환·한덕수·이정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오는 10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앞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다. 그는 정치인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인사다. 검사 윤석열과 함께 특수통 검사로 유명세를 떨친 그는 윤석열 정부 초기에는 '정권 2인자'로 부상하면서 법무부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2023년 12월26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총선을 진두지휘했는데 이 역시 윤석열 정권의 2인자였기에 가능했던 이력이다.
▲ 특수통 검사 선후배사이였던 윤석열씨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사진=대통령실
총선에서 패배한 이후 책임지고 사퇴했지만 두달 만에 열린 지난해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고 밝히고 7월23일 당대표로 선출됐다. 다만 12·3 비상계엄과 지난해 12월14일 윤석열 탄핵안 가결 이후인 같은달 16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비상계엄을 비판하고 윤석열 탄핵안에 찬성하면서 현재는 친윤세력들에게는 '배신자'로 비난받고 있다.
김문수 전 장관은 8일 오전 국무회의 직후 장관직을 내려놓고 대선 준비에 나섰다. 김 전 장관은 “장관 자격도 없던 극우 유튜버”(정혜경 진보당 의원 8일자 논평) 평가를 받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장관급인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최근 비상계엄 국면에서는 극단적 성향을 보이는 윤석열 지지세력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대선후보다.
▲ 지난해 8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윤석열씨. 사진=유튜브 '윤석열' 영상 갈무리
일각에선 윤상현 의원도 후보군으로 거론되는데 비상계엄 이후 윤씨를 두둔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했기 때문이다. 다만 김문수 전 장관에 비해 지지율이 밀리고 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도 윤석열 정부의 수혜를 받은 정치인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로 친박계 핵심 인사였는데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에 연루돼 뇌물죄로 징역 5년형을 받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서 출당됐다. 2022년 3월 가석방됐고 같은해 말 특별사면된 이후 지난해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경북 경산시에 출마했다. 그러나 낙선했고 최근 대선 주자 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윤상현 의원이 지난 7일 기자들에게 “한덕수 대행을 모시자는 의견이 나온다”며 '차출론'을 퍼트리면서 거론된 인물이다. 한덕수 대행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국무총리를 맡아왔다. 그는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8일에서야 임명했는데 그전에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재 재판관 5명이 위헌·위법 사항이라고 봤다. 한 대행은 8일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재 재판관으로 지명했는데 이 처장은 비상계엄 다음날인 지난해 12월4일 이상민 당시 행안부 장관, 박성제 법무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회동했고 이후 휴대전화를 교체해 내란 가담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한 대행이 내란 공범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정현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와 함께 몰랐했던 인물이다. 박근혜-최순실(최서원) 게이트 여파로 당시 새누리당 당대표를 사퇴하고 2017년 1월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또한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KBS 보도국장에게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비판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해 방송법 위반 혐의로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그는 대선 직전인 2022년 2월 국민의힘에 복당했고 같은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전남도지사에 출마했다. 2023년 7월10일에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8일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성없는 대선 체제 전환을 비판하고 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8일 <국민들은 국민의힘의 '표지갈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란 서면브리핑에서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자신들이 배출한 대통령이 파면당한 데 대해 통렬한 반성과 쇄신의 시간을 갖는 게 먼저이고 대선 후보를 내지 않는 건 물론이고 스스로 해체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그런데 헌재 선고 사흘 만에 대선 체제로 돌입하는 안면몰수 태세 환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호 당원인 윤석열을 출당시키기는커녕 품고 가는 국민의힘, 내란 동조 세력과의 결별 없이 '묻지마식 단결'을 외치는 국민의힘에 대해 국민들께서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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