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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인천 송도 신도시의 한 고층 아파트, 볕 잘 드는 거실에서 지구(9)·지호(8) 형제가 빠끔 얼굴을 내민다. 속 깊은 형과 단발머리 동생, 동화책 속 그대로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도서출판 핑거) 속 시골집 다락과 버스 정거장은 없지만, 이야기의 출발점을 엿보는 기분이 됐다. 볼로냐 아동도서전 사무국은 19일(현지시각) 올해의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대상으로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진주 글, 가희 사진·그림)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책의 이 부문 대상 수 서민전세자금대출방법 상은 처음이다.
‘아동 도서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라가치상은 한 해 동안 출간된 어린이 책을 대상으로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시상하는데, 이 책이 받은 오페라 프리마 상은 신인 작가의 첫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신인상에 해당한다.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면』은 따뜻한 색감의 사진으로 이뤄진 책으로,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에 전세대출자격 서 빨간 사과가 맺힐 날을 기다리는 남매의 성장기를 담았다. 첫 책으로 큰 상을 받은 이가희(36·필명 ‘가희’) 씨는 “모두가 처음이어서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나무에 올라 사진을 찍는데 송충이가 튀어나와 울었어요”(지구), “후다닥 달리는 장면 찍느라 많이 뛰어야 했어요”(지호), 아이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이씨는 서양화과 마태복음 7장 12절 졸업 후 디자인 회사에서 일했다. 이번 책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발표한 작품이다. 이웃 진주(46) 씨의 2년 전 제안이 시작이었다. 이미 두 권의 그림책을 발표한 진주 씨는 본인이 써둔 이야기로 함께 사진그림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씨는 그길로 경남 사천의 외갓집에 사과나무를 심었다. 이 씨의 두 아들부터 좀처럼 집에 없는 항해사 남편, 버스 전세자금대출상품 정류장에 앉아 있던 할머니까지 책 속 모델이 됐다.
온 가족이 가내수공업 하듯 책을 만들었지만, 책 속 지구·지호는 삼촌·고양이와 사는 조손가정이다. 진 씨는 “그림책에 당연한 듯 엄마·아빠가 함께 나오는 것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상처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모가 없어도 책 속 형제들에게는 결핍이 없다”고 말했다.
주택종합청약저축 1순위 그는 “책에서 다 포기하고 절망하고 있을 때 사람들에게 빨간 사과를 건네받은 지구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 ‘그림책 계속해도 될까’ 번뇌할 때 들려온 수상 소식은 ‘진주야, 좀 더 해 봐’ 하는 듯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7세 고시’로 불리는 과도한 선행 학습, 대치동 엄마 ‘제이미 맘’ 패러디 영상 등이 화제인 세상이다. 이 그림책이 너무 이상적인 것은 아닐까. 진 씨는 “풀의 소리와 꽃의 향기를 맡으며 천천히 갈 수 있는 게 능력이 될 날이 올 것”이라면서도 “지금 달려가는 아이들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꽃을 보고 싶어 꽃봉오리에 손 넣어 강제로 열지 않고 기다리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어른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로 62회인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열린다. 시상식과 대담에 참가하는 진주·가희 두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렇다.
“어린이 여러분, 나를 잃을까 두려운 어른 독자분들, 어디선가 여러분의 빨간 사과가 익어가고 있을 겁니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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