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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빈부격차를 다루는 콘텐츠에서 창작자는 쉽게 유혹에 빠진다.
자신이 창조한 주인공에게 매력적이고 무결한 성격을 부여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관객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삶을 응원하게 만들고 싶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는 착하고 배려심 많은 캐릭터를 빚어낸다.
“이토록 선한 인물이 세상의 부조리 때문에 고통을 받아도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을 것이다.
무니의 엄마는 딸을 데리고 모텔에 장기 투숙 네이버직장 하는 빈곤층이다. [오드 AUD]
그러나 주인공에게 이와 같은 인격을 부여하는 행위엔 맹점이 있다.
관객은 감독이 유도하는 대로 인물의 바른 성격을 바라보는 동안 이 세상의 불합리한 측면에는 관심을 덜 기울이게 될 수 있다.
주택신용보증기금대출 즉, 세상의 부당함보다는 ‘매력적 인물이 겪는 아픔’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의 불합리한 차별과 멸시를 비판하고 싶었던 창작자의 의도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저 착한 인물의 슬픈 사연만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부조리한 세상을 지적하려는 창작자의 의도와는 달리 ‘그렇다면 성격이 나쁜 사람은 고통받아도 되는 것인가’ 당일여성대출 라는 새로운 질문을 남기게 된다.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는 주인공에게 일부러 더 비뚤어진 성향을 부각하며 ‘착한 캐릭터의 함정’을 피해 가는 작품이다.
감독은 주인공을 마냥 응원하기만은 어려운 인물로 조형함으로써 세상의 불합리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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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니(왼쪽)와 엄마는 사이좋은 모녀지만, 자유분방한 성격 때문에 주변에 끼치는 민폐도 상당하다. [오드 AUD]
꿈과 희망의 나라 ‘디즈니월드’…맞은편엔 모텔 ‘매직캐슬’이 있었다
주인공이 살아가는 세상부터 살 자동차할부금융 펴보자. 무니와 엄마는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맞은 편에 위치한 ‘매직 캐슬’에 산다.
디즈니월드가 꿈과 환상의 세계인 것과 달리 매직 캐슬은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모텔이다.
1박에 5만원 정도 하는 저렴한 숙박 시설이지만, 이곳에 장기 투숙하는 손님들에겐 그마저도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무니의 엄마 또한 때때로 주간 숙박비를 밀려 관리인에게 지적받는다. 그야말로 삶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무니와 친구가 매직 캐슬 위로 떠오른 무지개를 바라본다. [오드 AUD]
그러나 무니에게 이곳은 이름 그대로 ‘마법의 성’이다. 엄마, 친구들과 뛰놀 수 있는 이곳이 천국이다.
천성이 밝은 무니는 절대 기죽지 않는다. 아니, 움츠러들지 않는 수준을 넘어 그 어느 아이보다도 버릇없다.
이를테면, 무니가 친구들과 즐겨하는 놀이 중 하나는 ‘침 뱉기’다. 기존에 못 봤던 차가 모텔 주차장에 등장하면 차를 과녁 삼아 침 맞히기 대결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매직 캐슬이 디즈니월드라도 되는 것처럼 신나게 뛰어논다. [오드 AUD]
엄마는 딸에게 ‘무례’를 물려줬다
무니의 엄마는 딸이 남에게 무례한 행동을 해도 혼내지 않는다. 가끔 응원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인다.
어쩌면 그건 무니의 엄마가 ‘상식 없는 인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전혀 도움 되지 않는 교육 태도이니 말이다.
무니의 엄마는 딸을 훈육하지 않는다. [오드 AUD]
하지만 곰곰이 이 집안의 삶을 들여다보면 좀 다른 관점이 생긴다. 모텔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자녀를 방치하게 되는 시간도 긴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가 어른의 보호 없이 돌아다니게 되는 때가 많다. 엄마는 그런 순간에 딸이 자신을 방어할 수 있게 하는 수단으로 ‘무례’를 가르친 건 아닐까. 어른 말도 자기 마음에 안 맞으면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성인의 부당한 요구에 ‘노’라고 외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처럼 이 작품은 문제적 인물의 삶을 천천히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의 인격에 숨겨진 사연을 생각해보게 한다.
무니와 친구들은 조금 예의 없긴 하지만 아이다운 귀여움이 있다. 어쩌면 이 아이들도 생존 방식으로서의 ‘무례’를 습득했는지 모른다. [오드 AUD]
(*아래 문단엔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 원치 않으면 ‘뒤로가기’를 누르세요)
이 영화는 ‘아닌 척’ 하면서 산다고 해서 ‘아닌 게’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무니의 엄마는 가난 따윈 없는 듯 늘 당당하게 살아가려 했지만, 가난을 없는 걸로 만들 수는 없었다.
숙박비용이 하루 이틀 밀리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처음엔 딸을 노동의 현장에 투입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향수를 팔면서 무니를 데려간 것이다.
아무래도 아이를 두고 물건을 팔면 관광객이 사줄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니는 어쨌든 엄마랑 같이 있을 수 있으니 잘 따라다닌다.
영화는 플로리다 거리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무니의 눈에 이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오드 AUD]
하지만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재화를 매매하는 것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무니의 엄마는 성매매에 발을 들인다. 일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딸과 함께 사는 모텔 방으로 남자를 부른다.
엄마가 노동하는 동안, 딸은 엄마의 말에 따라 욕실에서 물놀이한다. 고분고분한 법이 없는 무니가 얌전히 있는 몇 안 되는 순간이다.
사실은 다 아는 것이다. 엄마가 저 문 너머에서 뭔가 심각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본인이 나가면 엄마가 너무 수치스러워질 것이란 점을 말이다.
결국 주민들이 무니 엄마를 신고하고, 딸과 엄마는 생이별하게 된다.
무니는 욕실에서 얌전히 물놀이한다. 엄마의 ‘손님’이 방에서 나갈 때까지 말이다. [오드 AUD]
웃음을 파는 엄마의 딸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서두에 말했듯 무니 엄마는 온전히 감정이입하기엔 문제점이 많은 인물이다.
어떻게 저토록 뻔뻔할 수 있는지 혀를 내두르게 하는 사람이다. 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다. 정부에서 아이와 떨어뜨리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그러나 무니는 어떤가. 이 아이는 엄마와 같이 살 자격이 없나. 가난은 이 아이의 잘못이 아닌데, 엄마까지 뺏겨야 하는 건가.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인물의 매력을 최대한 덜어냄으로써 사건의 본질에 집중하게 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세상엔 빈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법적 일에 몸담는 엄마도 존재하고, 그런 자격 없는 엄마랑 같이 살고 싶은 딸도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
그의 타락성을 비판할 것이라면, 그가 타락할 수밖에 없게 만든 사회의 구조도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얘기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오드 A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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