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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날아온다. 설레면서도 아련한 그 이름이 날아온다.
한국 채색화의 거장 천경자(1924~2015)의 그림들이 귀향했다. 이 땅과 일본, 서구를 돌며 평생 속박받지 않는 자유혼을 갈구했던 그의 70년 화력이 고향 고흥벌에 50여점의 그림과 스케치로 내려앉았다. 전남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서 지난달 11일부터 고인의 둘째 딸인 미국 몽고메리대 교수 수미타 김(김정희)의 기획으로 차린 천 화백 탄생 100주년 전시회 ‘찬란한 전설, 천경자’는 눈을 아릿하게 한 별내 빌라 전세 다. 울렁거리게 한다.
‘찬란한 전설, 천경자’ 전시장 모습. 전시를 기획한 수미타 김(김정희)이 발굴해 공개한 1956년 작 ‘제주도 풍경’(왼쪽)과 1955년 작 ‘정’이 내걸린 모습이 보인다. 노형석 기자
어린 적금 이율 계산 시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만났던, 나중에 소록도에 간호사로 갔다던 언니의 모자 쓴 모습을 담은 1973년 작 ‘길례 언니’로 운을 떼는 전시는 작가의 삶과 그림에서 후대인들이 떠올리곤 하는 쓰라리고 애잔한 과거의 감각을 모두어 드러낸다.
7개 섹션별로 시대와 주제를 연결한 50여점의 작품들과 유년기, 장년기, 노년기의 사 마산자동차담보대출 진과 편지, 책 등 아카이브들이 협주곡의 선율처럼 엮인 이 전시회는 70년 넘는 작가의 예술혼과 삶을 조명하지만, 장대하고 육중하지 않다. 규모는 작고 소담하지만, 천경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애호가들의 마음 한구석을 잡고 흔드는 자유의 의지, 생명에 대한 그리움이 물결의 파장처럼 다가오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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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12월2~7일 일본 도쿄 니시무라화랑 개인전 당시 리플렛. 암전된 화면 속에서 노출한 중년의 작가 얼굴 사진이 인상적이다. 노형석 기자
작가의 아틀리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커서는 그의 모델이 됐으며, 누구보다도 엄마와 정서적으로 교감했던 작은딸 김정희씨가 공들 중소기업대출확대 여 낯선 수작들을 간추렸다. 작가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광주욱공립고등여학교 3학년 재학 시절 받은 수료증 뒤에 그린 아이의 스케치와 자신의 자화상, 1940~50년대 광주 시절 가족의 드로잉이 우선 눈길을 맞는다.
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 김정희씨가 발굴해 공개한 1956년 작 ‘제주도 풍경’과 1955년 작 ‘정’이 내걸린 모습이 보인다. ‘제주도 풍경’은 정제된 색감과 서구풍의 세련된 공간 배치가 돋보이는 수작. 당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출품됐던 작품으로, 천경자를 컬러리스트라고 칭한 이봉상 당시 중견화가의 신문 리뷰와 국전 출품 현장을 찍은 기사 사진까지 추적해 발굴한 기획자의 공력이 돋보인다.
천경자 작가가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1969~70년 그린 유화 누드상. 고흥군 제공
천경자 작가가 광주욱공립고등여학교 3학년 재학 시절 받은 수료증 뒤에 그린 아이의 스케치. 노형석 기자
천경자 작가가 1969년 프랑스 파리 체류 시절 그린 누드상 크로키. 노형석 기자
작가가 프랑스 파리에 머물던 1969~70년의 유화와 크로키들을 발굴해 선보인 것도 이번 전시의 눈대목 가운데 하나다. 특히 유화 누드상은 1970년 귀국전 때 선보인 뒤로 묻혔다가 54년 만에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작가가 그린 유화 작품이 드물어 더욱 주목을 받는다. 전시 말미에는 1970~90년대 국외 기행을 진한 채색과 강인한 필선의 스케치로 담은 작품들이 나왔는데, 일본 홋카이도의 ‘아이누 여인’과 대표작 중 하나인 1978년 작 ‘탱고가 흐르는 황혼’을 볼 수 있다.
천경자의 삶을 고향 고흥의 바다와 숱한 대표작들의 이미지 속에 녹여낸 이이남 작가의 다큐멘터리 영상이 주는 울림도 크다. 출품작이 빈약한 전시의 맹점을 대부분의 천경자 채색화와 드로잉을 섭렵하고 화면에 녹여 넣은 이 작가의 발품과 손품 덕분에 메울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천경자 작가의 딸 김정희씨가 이번 전시를 앞두고 발굴해 소개한 1956년 작 ‘제주도 풍경’. 노형석 기자
천경자 작가의 1978년 작 ‘탱고가 흐르는 황혼’의 세부. 노형석 기자
격정의 토로가 아니라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선율처럼 단출하게 갈무리된 천경자의 인생 마당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의 주제를 ‘감동과 그리움’으로 잡았다고 밝힌 기획자 김정희씨는 앞으로도 생가 복원, ‘천경자 예술의 길’ 명명, 기념관 설립 등 여러 헌정 사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31일까지.
고흥/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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