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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원래 하나의 실타래였음이 드러날 때가 있다. 2024년 프로야구에서 20·30대 여성 팬이 크게 증가한 것도 그런 현상 가운데 하나였다. 2024년 한국 프로야구는 출범 42년 만에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사상 최초로 200경기가 매진되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흥행 돌풍 뒤에 개인회생신청 는 20·30대 여성 관중 증가가 있었다.
프로야구계에서도 원인을 찾으려 했으나 만족스러운 답을 찾지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24년 7월 2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가 어렴풋한 가능성을 보여줄 뿐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원팀 성적과 관련없이 경기장을 찾는다는 응답자가 56%나 됐다. 이들이 경기장을 찾는 이유는 응 소액즉시대출 원문화가 재미있어서 49.3%, 가족이나 지인의 권유로 39.2%, 나들이·데이트 목적으로 31.1%, 치맥 등 음식 문화가 좋아서 29.4%, 다른 놀거리 대비 비용이 적당해서 26.2% 등이었다(복수응답). 경기 자체보다는 야구장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였다. 다만 이런 야구장 문화는 과거에도 계속 있었던 터라 왜 2024년에 변화가 도 유로스톡스50 드라졌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 요인들이 20·30대 여성들을 더 견인한 이유도 찾기 힘들다. 야구 내부요인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다른 요인도 확실치는 않았다.
2024년 12월13일 서울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봉을 들고 수협 햇살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년 겨울 탄핵집회의 주인공은 2030 여성들이 들고 나온 응원봉이었다.연합뉴스
프로야구와 탄핵집회 주인공 2030 여성
그리고 2024년 12월3일. 급작스러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이 티브이(TV)를 통해 전해지면서 우리나라는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들었 부동산텔레마케터 다. 긴박하게 국회에서 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돼 계엄은 해제됐지만, 그다음 날부터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촉구하는 국민집회가 이어졌다. 분노에 찬 국민들이 가득 모인 집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20·30대 여성들이 들고 나온 케이(K)팝 응원봉이었다. K팝 콘서트에서 아이돌을 응원하는 팬 굿즈 가운데 하나인 응원봉이 집회를 가득 수놓았기 때문이다.
2016년 겨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촉구 집회의 주인공이 촛불이었다면, 2024년 겨울 탄핵집회의 주인공은 응원봉이었다. 아이돌에 따라 응원봉의 모양과 색깔은 달랐지만 20·30대 여성들은 색색의 응원봉을 흔들며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 집회 현장을 뚝심 있게 지켰다. 집회를 가득 채운 응원봉은 사람들에게 두 가지 의문을 던졌다. 기존 정치집회와는 달리 20·30대 여성이 왜 많이 참여했는가와 이들은 왜 응원봉을 들고 나왔을까 하는 점이었다.
프로야구와 탄핵집회. 두 사건을 연결하는 키워드는 많지 않다. 모두 20·30대 여성이 주축으로 떠올랐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이들의 특성을 살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힌트는 응원봉이다. 20·30대 여성은 모두 일생에 한 번은 K팝 아이돌의 팬이었거나 혹은 아직도 팬이고, 팬덤 문화에 아주 익숙하다.
우리나라는 K팝 종주국이다. K팝이 대두된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지만 대체로 1996년 아이돌 에이치오티(H.O.T.)의 탄생 전후로 본다. 2025년 설립 30주년인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K팝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매우 강한 팬덤을 보유한다는 점이다. 즉, 1990~2000년대 전후에 태어난 20·30대 여성은 태어나면서부터, 혹은 학창 시절 K팝 팬덤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겪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K팝 팬덤 문화의 특성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K팝 팬덤은 시기별로 활동 형태가 변해왔다. K팝 아이돌은 통상 세대로 구분된다. 1세대는 H.O.T., 젝스키스, 에스이에스(S.E.S), 핑클 등과 같은 아이돌 그룹이 자리를 잡아가던 1997년부터 2004년까지다. 2세대는 일본과 중화권 시장을 타깃으로 기획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카라,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이 활동한 2004년부터 2011년까지다. 3세대는 유튜브, 트위터(현 엑스·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성장 속에 방탄소년단(BTS), 엑소, 블랙핑크 등과 같은 아이돌이 탄생한 2012년부터다. 3세대 대표 주자인 BTS의 글로벌 성공 이후인 2019년 이후 탄생한 아이돌들은 4세대로 묶인다. 4세대는 3세대와 본질적인 차이는 크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K팝 인지도가 크게 달라진 이후 탄생했다는 특징이 있다.
놀이·노동 혼합된 ‘덕질’에 훈련된 팬덤
팬덤 활동이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가면서부터다. 1세대에는 ‘오빠팬’ 부대가 생기기 시작했으나 아이돌 성장의 중심은 기획사였고, 팬들은 오프라인 중심의 충성도 높은 ‘소비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2세대로 접어들면서 인터넷 환경이 확대돼 각종 포털사이트 카페, 게시판 등을 통한 온라인 팬 커뮤니티가 활성화됐다. 온라인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팬들은 단순한 소비자에서 벗어나 아이돌의 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담당했다. 기획사들도 이를 적극 활용했다.
팬들의 이런 역할은 3세대에 이르러 극대화됐다. 3세대 아이돌은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이용해 팬들과 직접 소통을 늘렸고, 팬들도 이들의 성장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BTS가 미국에서 성공하는 과정에서 팬클럽이 직접 성장 기반을 만들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기획사가 아빠라면 팬덤은 엄마가 되어 아이돌을 직접 관리하고 성장시킨 것이다. 특히 2016년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시리즈를 기점으로 팬들이 직접 아이돌을 만드는 기획이 늘어나면서 ‘양육 팬덤’은 K팝 팬덤의 중요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양육 팬덤 문화 속에 팬들은 바빠졌다. 음원을 차트 상위권으로 올리기 위해 음원을 연속 재생하는 스트리밍 총공세, 팬사인회 참석 등을 위한 음반 다량 구매, 굿즈 구매, 콘서트 티켓 구매, 음악방송 방청과 응원 등을 모두 챙겨야 했다. 기획사가 아이돌을 부당하게 처우하거나 사업을 부실하게 할 경우 기획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까지 해내는 능동적인 활동까지 담당했다. 강신규 박사는 저서 ‘흔들리는 팬덤’에서 팬들의 이러한 활동을 ‘놀동’이라 칭한다. 팬들이 아이돌의 성장을 위해 기꺼이 즐기면서 일해주는 것, 즉 놀이와 노동의 합체라는 의미에서다.
20·30대 여성은 이런 활동과 문화에 익숙하다. 이들이 모두 팬클럽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문화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K팝 팬덤 활동의 핵심은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노동과 기동력, 다양한 구매 경험, 능동적인 문제 제기와 해결, 커뮤니티를 통한 의견 개진 등이다. 아이돌을 위해 열심히 음원 재생을 하고, 팬사인회나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밤새워 클릭질을 하거나 줄을 서고, 필요하면 발 빠르게 돈을 모아 간식차를 보내는 등 매우 다양한 활동을 통해 ‘놀동’ 훈련을 해온 셈이다.
탈덕해도 몸에 남은 팬덤 경험의 힘
이들이 K팝에서 탈덕을 했더라도 이런 훈련이 몸에 배어 있다는 건 중요하다.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몸을 움직일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경험은 사람들에게 그런 힘을 준다. 그래서 20·30대 여성들은 탄핵집회에 기동력 있게 모여 밤새워 응원봉을 흔들 수 있었다. 20·30대 남성들과 가치관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무언가 문제를 느꼈을 때 주저 없이 뛰어들었던 경험이 있는지와 없는지는 행동의 차이를 낳는다. 그래서 이들은 그런 경험의 상징인 응원봉을 들고 나왔고, 과거 아이돌에게 힘을 보태듯 열정적으로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과거 집회에서 흔치 않았던 간식차, 무료 나눔 등도 모두 K팝 팬들에겐 익숙한 문화다.
프로야구 경기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20·30대 여성들에게도 비슷한 설명이 가능하다.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기간 동안 영화관은 폐쇄됐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콘텐츠 시청은 늘어났다.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이후에도 OTT로 영상콘텐츠를 즐기는 데 익숙해진 많은 사람은 영화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영화관의 주력 관객층은 20·30대 여성이다. 이들이 영화관 관람을 대신할 활동을 찾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할 수 없던 야외 활동이라면 더 좋았다. 과거 비싼 콘서트 티켓, 팬사인회 티켓도 꾸준히 구매해온 이들에게 프로야구 관람은 매우 가성비 높은 야외 활동이었다. 콘서트에서 느꼈던 열정을 야구장 응원 속에서 내뿜을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K팝에서 탈덕한 층이라면 덕질의 열정을 계속 쏟아부을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경기장의 다양한 모습은 SNS에 담기에도 적합하다. 덕질에 익숙한 20·30대 여성은 이렇게 영화관을 떠나 프로야구 경기장으로 옮겨갔다.
모든 K팝 팬들이 탄핵집회로, 프로야구 경기장으로 퍼진 것은 아닐 터다. 다만, 20·30대 여성의 몸에 밴 ‘팬덤 경험’이 이런 전환을 보다 손쉽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K팝 팬덤 문화는 우리 삶 속에 깊게 파고들었다. 여러 정치적·사회적·산업적 분석이 더해지겠지만, 이들 마음 속에 흐르는 공통된 경험의 힘도 분석에서 빠져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yzkim@koreaexi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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